'신발로 직원 폭행' 조합장의 14번째 반성문…양형에 영향은?

"반성문으로만 양형 결정하지는 않아…여러 사정·경위 고려"
"다시 범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 있어야"…4월 2일 선고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축협 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 고모(62)씨가 재판부에 또 반성문을 냈다.

1월 중순 수감 이후 40여일이 흐른 1일까지 14번째다.

공판 과정에서 알려진 고씨 반성문에는 '이제 술을 끊었다', '조합원 및 축협 직원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해달라', '진심으로 자숙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수감 이후 많게는 하루에 5번이나 반성문을 써낸 고씨는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선고까지 한달가량 남은 점으로 미뤄 반성문 제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고씨의 줄기찬 반성문은 양형에 영향을 미칠까.

이 사건에 대한 선입견이 의견에 반영되지 않도록 '일반적인' 형사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의 반성문이 감형 사유가 되는지를 법조계에 물었다.

천무환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일단 "재판부는 피고인이 낸 반성문을 모두 검토한다"고 했다.

천 부장판사는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어떤 사건에서 재판부가 '(실형이 나올 사건인데도) 반성문을 많이 써서 집행유예를 줬다'는 기사도 있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며 "다만 양형에 얼마나 반성문을 참작할지는 재판부의 재량이어서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반성문은 혐의를 인정한다는 의미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꼭 그렇지도 않다"며 "간혹 어떤 피고인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식의 반성문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천 부장판사는 "재판부마다 반성문을 많이 고려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어쨌든 양형은 재판부의 판단이고 여러 가지 사정이나 경위 등을 다 고려하는 것이지, 반성문 하나로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고씨 변호를 맡지 않은 변호인의 의견도 물었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선처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반성문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경험상 이런 글은 양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솔직하게 밝히고 원인 분석을 통해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충실히 담아야 재판부도 이를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예컨대 돈이 없고 배고파서 남의 물건을 훔쳤다면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계획이 반성문에 있어야 하고, 음주운전을 했다면 술을 끊는 등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노력을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나이 든 사람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방식이 굳어져 있기 때문에 어린 피고인이 이런 계획을 제출할 때 재판부는 더 고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씨의 선고 기일은 4월 2일이다.

고씨는 술에 취해 축협 직원 여러 명을 신발 등으로 반복해서 폭행하고 합의를 빌미로 피해 직원들이 입원한 병원 등에 찾아가 괴롭힌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특수폭행 및 특수협박, 강요, 근로기준법 위반,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고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농·축협 조합장이나 상임이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고씨는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조합원과 피해 직원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잘 위로할 수 있도록 부디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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