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방화살해' 입증 실패한 검찰…'유기치사'로 뒤집기 시도

배수아 기자 2024. 3. 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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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무기징역' 구형한 검찰
2심서 '유기치사죄' 공소사실 추가
ⓒ News1 DB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부부싸움 끝에 아내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만든 후 집에 불을 질러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60대 남편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뒤집기를 시도한다.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될 것을 대비해 남편에게 '유기치사'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2-1형사부(고법판사 김민기·김종우·박광서)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편 A 씨의 항소심 4차 재판을 열고,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애초 1심은 고의로 불을 질러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가, 사망에 있어 확정적 고의 등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이에 검찰은 2심에서 해당 혐의는 그대로 두되, 예비적 공소사실로 '유기치사'(화재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였음을 인지 또는 자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구조행위를 중지 또는 하지 않음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것) 혐의를 추가하겠다고 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기본 공소사실이 무죄 또는 일부 무죄가 선고될 것을 대비해 예비적으로 제기하는 공소사실이다.

검찰 입장에선 일종의 보험 같은 제도로, 법원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즉, 불을 지른 행위자가 피고인일 경우와 아내일 경우를 모두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A 씨 측 변호인은 "범행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죄질도 달라진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유기 방치한 행위자가 피고인이라는 점은 기존 사실과 동일하다"고 맞받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1심의 '무죄' 판단이 뒤집힐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앞서 해당 사건은 애초 단순 화재 사망 사건으로 판단됐다가 숨진 아내의 부검 결과 목뼈 일부가 골절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화 의심으로 남편이 구속됐다.

1심에서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 동기로 △2억원의 보험금 △피해자 질 내 다른 남성의 정액 검출 △아내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가족 간 갈등 △사건 당일 부부간 격렬한 몸싸움 △남편의 첫 번째 부인도 2002년 실종돼 현재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검찰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내가 목 골절상을 입고 당시 만취 상태에서 스스로 거실에 방화 후 화장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또 A 씨가 부부싸움 후 주택 밖으로 나와 개 목줄을 풀어주고 차량을 이동시키는 행위는 화재에 대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 씨가 불상의 물체를 끌고 집에 다시 진입한 후 주택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2분이 지난 후에 화재 신고를 한 점, 아내 사망을 확인한 상태에서 아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점 등 정황상 A 씨가 방화 살해를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1심 공판 내내 A씨는 혐의를 줄곧 부인했고,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방화 살해를 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정황 증거만으로는 숨진 아내가 '스스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내의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아내는 화재로 사망하기 전까지 생존해 있었던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아내는 이 사건 이전에도 네 차례에 걸쳐 "자신이 불을 질렀다"며 119에 신고한 전력이 있었다. 이 중 2018년 4월에는 술에 취해 실제로 방화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해 아내가 술에 취해 불 지르는 게 이례적인 행동도 아니라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사건 당일 지인에게 "나 죽으면 부의금으로 언니한테 가장 많이 받고 싶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도 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개의 목줄을 풀어주거나 아내에게 전화한 행위는 실제로 피해자가 불을 지르는 것인지 확인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가 불상의 물체를 가지고 집에 들어갔다는 게 인화성 물질이라는 간접정황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충분하지 못하고, A 씨가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10분이 지나서야 연기가 발생하고 16분이 지나서야 불길이 거세지는 상황이 통상적이지 못하게 느리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 재판은 4월 3일 열린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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