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승부처] 나경원-추미애 빅매치 성사되나…'한강벨트' 동작을 판세는
흑석뉴타운 개발 후 교통 교육 문화 정책이 현안으로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꼭 40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의 최대 격전지이자 '한강벨트'의 핵심 선거구 중 하나인 서울 동작을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빅 매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법조계 선후배 사이다. 여기에 각각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맡아 최전선에서 당을 이끈 중진 여성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치적 성향은 극과 극에 가깝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나 전 원내대표가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나 전 원내대표의 맞상대로 추 전 장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공천 명단에는 동작을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당에서 추 전 장관을 포함한 여론조사를 시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 전 장관 전략공천설이 돌고 있다.
다만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전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추 전 장관 출마지에 대해 "서울이 아닌 수도권 험지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아예 새로운 인물을 선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총선 때도 민주당은 동작을에 나 전 원내대표 상대로 정치 신인 이수진 의원을 공천한 바 있다.
여야 대진표가 이대로 확정되면 두 명의 중진 여성 정치인이 맞붙게 된다. 나 전 원내대표는 수도권 중진으로 보수 진영 내에선 인지도와 주목도가 높은 거의 유일한 여성 정치인이다. 특히 야당 시절 원내사령탑을 맡아 대여투쟁에 앞장서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계파색이 옅지만, 그는 동작구에서 태어난 토박이기도 하다. 동작을에서 19대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20대·21대 총선에서 내리 3번을 이겼다.
추 전 장관은 판사 재직 중이던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를 받고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주당에서 5선 국회의원, 당대표, 장관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한 유력 진보 인사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장관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여전사, 강성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추 전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 현역 의원이 국민의힘 거물급에 밀리는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작을은 1987년 체제 이후 10차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다섯 번, 보수정당 후보가 다섯 번 당선됐을 정도로 표심의 유동성이 큰 '스윙 지역구'다. 정당 지지도로는 민주당계 정당이 우세하나, 지역구 선거에선 인물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곳이다.
4년 전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이수진 의원이 7.82%포인트(p)차로 이겼으나, 2년 뒤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4.77%p차로 이겼다. 3개월 후 지방선거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6.49%p차로 크게 이겼다. 구청장 선거 역시 국민의힘 후보가 7.7%p차로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동별로도 표심이 조금씩 다르다. 흑석동은 흑석뉴타운 재개발로 고가의 아파트들이 있어 보수세가 강하다. 반면 상도1동은 상도동계로 불리는 고 김영삼 대통령 자택이 있던 곳이고, 사당동 일대는 오랫동안 뉴타운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지역이어서 진보 정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중앙대, 숭실대, 총신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 층 인구도 적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는 흑석뉴타운 재개발로 인해 준강남권 수준의 교육, 교통, 문화 수준을 원하는 지역 요구가 커지면서 현안으로 떠올랐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를 겨냥해 △교육특구(과학중점학교·학군 조정·학원가 유치) △사통팔당(이수복합터널 조기 추진 조기 완공) △15분 도시(도서관·문화예술공간·체육시설·공원·복지시설 등 도보 15분 거리) △상전벽해(용적률 완화) 등 5가지 공약을 제안했다.
그는 전날 KBS 뉴스레터K와 인터뷰에서 "선거 구도나 인물 이런 부분에 연연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작은 굉장히 숙제가 많은 곳이다. 서초, 강남과 같이 이미 발전이 완성된 곳이 아니어서 주민들이 발전과 변화가 욕구가 있다"며 "이번에 국회에 들어가면 5선이고 수도권 여성 중진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판세는 특정 지역보다 서울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한데,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접전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남은 기간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고 추 전 장관이 오면 달라질 수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나 전 원내대표의 우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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