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 밟힌 인구감소…'축소사회' 어떻게 살아갈까
생산연령인구 반토막나는 50년 뒤? 지금의 청년·어린이들이 겪는 예고된 비극
'출산율 반등' 단기 대응 넘어…'전 사회적 체제 전환' 진행해야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장기 프로젝트'…미래사회 '갈등'도 해법 필요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율 반등이 절실하지만, 피할 수 없는 '축소사회' 연착륙을 함께 시행해야 할 때다.
떨어지는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나아가 이미 시작된 인구 감소로 우리에게 찾아온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응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인구절벽 마주한 학교·군…오래된 미래 '인구 절반' 시대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2022년 3674만 명이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50년 뒤인 2072년에는 1658만 명으로 반토막 난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98만 명에서 1727만 명으로 늘어나 생산연령인구를 추월한다.
노인 1명을 몇 명의 젊은이가 부양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노인이 자신을 부양할 젊은이보다 많을 정도로 인구 구조 자체가 변화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젊은이보다 노인이 더 많아지는 사회에서 살아갈 70, 80대 노인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20, 30대 청년들이다.
한국은 201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줄곧 출산율 꼴찌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저출산 추세가 고착하면서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입학생이 '0명'인 학교는 2138개교로, 전체 학교의 17.6%에 이른다. 동네 학교 10곳 중 2곳은 아예 입학생이 없는데, 나머지 8곳이라고 입학생이 많을 리 만무하다.
학생 수 감소 추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 7771명으로, 2016년 40만 6243명에 비해 4만 8천 명 이상 급감했다. 2026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2019년 출생아 수는 30만 2676명으로, 2년 만에 약 10만 명이나 줄어든다.
폐교 위기에 놓인 초등학교도 늘었다. 전국 초등학교 5곳 중 1곳 넘게 전교생이 60명을 넘지 못한다. 2003년만 해도 전교생이 60명이 안 되는 전국 초등학교는 전체 5463개교 중 610개교(11.2%)였지만, 지난해에는 6175개교 중 1424개교(23.1%)에 달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조차 앞으로 펼쳐질 일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6~2040년 합계출산율이 지난해와 비슷한 0.70명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해 만든 '장기 저출산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10.0명으로 줄어든다. 이는 2022년(21.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추산치다.
급감해온 출산율은 차례 차례 지역 돌봄·교육 인프라 붕괴로 이어졌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의 폐교정보를 보면, 2019~2023년 사이 폐교한 154개 학교 중 84.4%(130개)가 비수도권에 집중됐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이 20대가 됐어야 할 시기가 도래하면서 국방에도 충격을 줬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국군 상비병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합쳐 50여만 명 수준이다. 5년 전인 2018년 61만 8천여 명과 비교하면 12만여 명이 급감했다.
2030년 이후에는 군 상비 병력 규모가 50만 명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국방부도 지난해 국방개혁 관련 법률을 개정해 '상비병력 50만 명'에서 목표 수준을 낮춰잡아야 했다.
"출산율 반등 어려워…인구변화 적응정책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존 출산율 반등에만 집중하는 단기 대책을 넘어, 장기 저출산 추세에 대해 적응하도록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 정책이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확대라는 큰 그림이 아니라 당장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자극을 어떻게 줄 것이냐에 맞춰져 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도 "큰 틀에서 봤을 때 인구가 줄고 고령화하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 불균형을 완화하고 인구 변화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축소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전 사회적 변화'를 주문한다.
저출산은 사회·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문화 요인, 인구학적 경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결과다. 현실적으로 '출산율 반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의 충격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축소사회에서 집중할 것은 단순 '인구감소' 현상만이 아니라, 이것이 불러올 '격차'와 '갈등'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인구를 단순 노동력으로 보고 경제적 파급효과에 치우친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축소사회는 단순히 작은 사회가 아니라 체제 전환 수준의 변화"라며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계층과 지역, 세대를 따라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조은 교수는 "인구감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경제활동인구에 비해 부양인구 의존율이 갑자기 커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연금,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등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제도가 무너지면 사실상 빈곤층과 저소득층이 가장 타격 받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치적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며 "노인 혐오, 세대 간 정치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 프로젝트'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속성'이 핵심
특히 정부의 인구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부터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저고위가 새로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됐는데, 그 사이 부위원장이 세 번 바뀌었다"며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적응은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집행부가 자주 바뀌고 기조가 자주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도 "1년 단위 단기적 접근은 미래 사회가 내제한 수많은 갈등 요소를 (정책 결정자가) 적극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큰 줄기를 만들고 부처별로 수행해야 할 과업이 있다. 대통령이 저고위 사업을 주기적으로 챙기면서 부처들을 압박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앞서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는 별도로 2019년 4월 인구구조 변화 '적응·대응'에 중점을 둔 범부처 차원의 '인구정책TF'를 기획재정부를 축으로 구성했다. 이후 인구정책TF는 지난해 6월 저고위 산하로 편입돼 인구 정책 범부처 협의체 '인구정책기획단'으로 확대 개편됐다.
아울러 정부는 저고위 부위원장을 부총리급 상근직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편성이나 부처별 정책 조정 등의 권한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던 저고위에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총괄할 실질적 힘을 실어주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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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주보배 수습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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