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소수 주주 보호, 자사주 살 때보다 ‘팔 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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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계속돼 온 금호석유화학의 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금호석화는 2021년 자사주 17만주를 OCI 자사주 29만주와 맞교환하기로 결정했는데, 박 전 상무 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자사주를 우호 주주에게 처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수 주주의 권리는 회사가 자사주를 살 때만 중요하고, 팔 때는 의미 없는 것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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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계속돼 온 금호석유화학의 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이번에는 자사주다.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금호석화와 OCI의 자사주 맞교환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사모펀드(PEF) 차파트너스자산운용까지 박 전 상무 측에 가세하며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금호석화는 2021년 자사주 17만주를 OCI 자사주 29만주와 맞교환하기로 결정했는데, 박 전 상무 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자사주를 우호 주주에게 처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논란은 자사주의 이중적 성격에 기인한다. 주식이 ‘자사주’ 이름표를 달고 회사의 수중에 있을 땐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제3자의 손에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의결권이 마법 같이 되살아난다.
의결권 있는 주식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박 전 상무처럼 사측과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주주라면 말할 것도 없이 불리해진다. 자사주가 갑자기 경쟁자의 백기사 지분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인에게 자사주가 넘어가면 불리한 사람은 박 전 상무 같은 주요 주주만이 아니다. 소수 주주의 의결권도 침해된다. 내가 가진 주식 수는 그대로인데, 의결권 지분을 계산할 때 분모(分母)에 놓이는 전체 주식 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사주 처분 시 소수 주주의 권익 침해 문제는 2011년 상법이 개정된 이래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개정 상법 342조는 회사가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정관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주식을 처분할 상대방 및 처분 방법’을 이사회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사회 마음대로 자사주를 특정인에게 처분해 버리는 건 결국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눈에 띄는 부분은, 동일한 상법임에도 자사주의 ‘취득’과 ‘처분’에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 상법 341조에 따르면,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엔 주주 평등의 원칙에 입각해 모든 주주가 각자 보유 주식을 비례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돼 있다. 회사가 자사주를 하려면 모든 주주에게 자사주 취득 통지나 공고를 하거나, 공개매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상법 전문가들은 이를 ‘불균형한 입법’이라고 지적해왔다.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자사주의 처분 시에는 이사회가 처분 상대방 및 처분 방법을 결정하고 처분가액까지 결정해 모든 주주에게 매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현행 법규의 비호를 받는 이 같은 꼼수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엔씨소프트는 자사주 195만주를 넷마블에 넘겼다. 무려 4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넷마블의 손을 잡은 것이다. 같은 해 삼성물산도 KCC에 자사주 899만주를 전량 매각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우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1년 상법 개정 단계에서 이미 자사주 처분 시 신주인수권 준용 규정이 빠진 만큼, 현 시점에 기업들의 자사주 제도 악용을 방지하고 소수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뿐이다. 다만 이 역시 최근 금융위원회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다.
소수 주주의 권리는 회사가 자사주를 살 때만 중요하고, 팔 때는 의미 없는 것이 되나. 불균형한 입법이 만든 그림자는 여전히 길다.
[노자운 머니무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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