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제, 열악한 지방재정 보완 역할…“세제혜택 늘려 활성화해야”
농촌지역에 기부 몰려 “긍정적”
재정상황·답례품 등 복합 작용
기부금 세액공제 한도 올리고
용처 뚜렷한 크라우드펀딩 도입
답례품 다양한 품목 개발 필요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시행 2년차를 맞아 발전방안 논의가 뜨겁다.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접수한 기부금은 650억원으로 당초 목표액인 500억원을 30%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하는 장치로서의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제도가 안착하면 농촌 등 지역 활력화에 도움을 톡톡히 줄 것이란 기대가 높다. 농협대학교와 한국농촌사회학회는 2월28일 경기 고양 농협대에서 ‘고향기부제 성과와 개선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고향기부제 시행 첫해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제도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중점적으로 짚었다.
지난해 고향기부금은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인구감소 등으로 세수(稅收) 여건이 불리해진 농촌 지자체 등에 상향식 재정 확충 통로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들어맞게 기부 지형이 형성된 셈이다.
김기홍 농민신문 문화부장은 ‘통계로 본 2023년 고향기부제, 성과와 반성’이란 주제발표에서 “고향기부제 성과가 전남·경북·전북 등 농업 비중이 큰 지역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전남지역은 지난해 기부금으로 143억3000만원을 모았다. 경북지역은 89억9000만원, 전북지역은 84억7000만원을 모금했다. 수도권이나 특·광역시의 경우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저조한 기부금이 모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 자치단체별로는 호남지역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전국 227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전남지역 평균 모금액이 6억2300만원, 전북지역은 5억6500만원을 기록했다. 경북은 이와 다소 격차가 있는 3억91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김 부장은 이를 호남지역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해 고향기부제를 활용하려는 목적이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더 많은 기부금이 모이는 상관관계도 드러났다. 다만 상관관계가 ‘중간’ 정도로 높지 않고 회귀분석에 따른 설명력이 낮아 특정 지자체에 기부금이 많은 이유를 재정자립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김 부장은 “기부금 액수는 재정자립도·지방소멸지수 등을 포함한 해당 지자체 공무원의 헌신, 답례품 질 같은 다양한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한 주요 방안으로는 기부금 세액공제 한도 상향이 우선 꼽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건수 52만5000건 중 83%에 달하는 44만건이 전액 세액공제에 해당하는 10만원 기부였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기부금 650억5000만원 중 260억3000만원이 12월에 모인 것으로 볼 때 세액공제가 강력한 모금 동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참석자 대부분은 세액공제 한도를 올리면 기부금액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상헌 한라대학교 고향기부제지원센터장은 “일본은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정 기부액까지는 자기부담금 2000엔(2만원)만 제외하곤 전액 공제된다”며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10만원에서 30만∼50만원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고향기부제 개선과제로 제기된 방안들이 이날 토론회에서도 재차 논의됐다. 그중 하나가 ‘크라우드펀딩 기부’다. 일본은 2018년 크라우드펀딩 기부제를 도입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으로 기부가 가능하도록 했다. 박 센터장은 “일본은 고향납세 도입 초기부터 지정기부제를 시행하고 크라우드펀딩 기부 문화를 발전시켰다”며 “2월 국회에서 개정 처리된 ‘고향사랑기부금법’에 지정기부제 시행 근거가 포함됐지만 이를 넘어 크라우드펀딩 기부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적절한 답례품 발굴도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거론됐다. 최영운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 답례품 종류와 기부금액이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답례품 종류가 부족해 지역사랑상품권을 고른 경우도 많아 다양한 품목 개발은 필수”라고 말했다.
지역 가치가 담긴 답례품 개발 주문도 이어졌다. 박 센터장은 “지역사랑상품권·공산품처럼 지역 부가가치 창출에 적은 영향을 끼치는 품목은 (답례품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지역에서 생산·가공이 이뤄지는 답례품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다른 활성화 방안으로 ▲기부금 상한 폐지 ▲민간 플랫폼 도입 ▲기부금 사용처 공개 ▲법인·기업 기부 허용 ▲고향사랑e음 시스템 개선 등을 제시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해종 전남 고흥군 지역사랑팀장은 “기부자에게 감사 연락을 보내고 싶지만 개별적 전화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최 연구위원은 인구소멸지역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한정해 세액공제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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