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왜 그렸을까 [책&생각]

최재봉 기자 2024. 3.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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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은 쉽게 그릴 수 있다.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는 미술치료 전문가인 김선현 전 연세대 교수가 화가들의 자화상 104점을 6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 책이다.

100여 점 가까운 자화상으로 "본인의 일대기를 그림으로 남긴" 렘브란트, "심적 불안에 대한 자기 치료의 무의식적인 형식이자 광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로 많은 자화상을 그린 고흐,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정신세계 및 자신에 대한 부정 의식을 담은 히틀러의 자화상 등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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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1889). 한길사 제공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김선현 지음 l 한길사 l 2만8000원

자화상은 쉽게 그릴 수 있다. 따로 모델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 그러나 자화상은 또한 그리기에 가장 까다롭기도 하다. 화가 자신의 외양은 물론 내면을 드러내 보여야 하기 때문.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는 미술치료 전문가인 김선현 전 연세대 교수가 화가들의 자화상 104점을 6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 책이다. 그림에 담긴 화가의 내면을 해석하고 내담자들의 사례를 곁들이며 미술치료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알브레히트 뒤러, ‘자화상’(1498). 한길사 제공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 ‘사도 바울로서의 자화상’(1661). 한길사 제공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5세기에 와서였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는 ‘동방박사의 경배’(1475)에 당시 권력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주요 인사들 모습과 함께 정면을 응시하는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그림으로 새긴 일종의 서명인 셈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20여년 뒤에 나온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1498)은 다른 목적 없이 그려진 최초의 독립적인 자화상으로 꼽힌다. “허영과 자만심이 가득 찬 태도”를 담은 이 그림을 지은이는 “‘고귀한 인간’의 지위를 요구하는 뒤러의 도전”이라 보았다.

책의 표지에 쓰인 타마라 드 렘피카의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1925)는 “빼어난 미모와 자신감, 미술계의 관습과 전통을 거부할 수 있는 배짱, 어떤 사회적 비난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다. 100여 점 가까운 자화상으로 “본인의 일대기를 그림으로 남긴” 렘브란트, “심적 불안에 대한 자기 치료의 무의식적인 형식이자 광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로 많은 자화상을 그린 고흐,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정신세계 및 자신에 대한 부정 의식을 담은 히틀러의 자화상 등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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