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 교원 채용난에 프로그램도 미흡…개학 앞 속타는 학교들

박고은 기자 2024. 3. 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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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2월26일 학교 현장을 찾아 늘봄학교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4일, 새 학기부터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가 운영된다. 전체 초등학교(6345곳)의 3분의1을 넘는다.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과 돌봄이 제공된다. 원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정규수업 뒤인 오후 1~3시엔 놀이음악, 방송댄스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원하면 저녁밥도 챙겨 준다. 정부가 설명한 새 학기 늘봄학교의 모습이다. 교육부는 초1 학생 80% 정도(약 27만명)가 늘봄학교를 이용할 걸로 전망했다.

새 학기를 코앞에 둔 초1 학부모 권영은씨는 29일 한겨레에 “학교 안내가 정부 설명과 달라 혼란스럽다”고 했다. 정부가 제시한 늘봄학교 모습이 현실과 다르다는 의미다. 교사들이 사정을 설명했다. “지금 학교가 한마디로 아수라장입니다.”(방신혜 경북 진평초 교사)

1월24일 늘봄학교의 대대적인 확대가 공식화되고 2700여곳 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시행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한달 남짓이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를 위한 인력과 공간, 프로그램 준비를 위한 ‘늘봄 속도전’을 결국 감당하지 못했다고 했다.

강원 지역 ㄱ초등학교 교감도 백기를 들었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안됩니다. 늘봄학교 시행 시기를 개학 일에 맞출 수 없어 학교 자체적으로 일단은 3월 말로 미루려 합니다.” 늘봄학교는 지난해 1월 ‘늘봄학교 추진 방향’을 통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25년까지 ‘단계적 확산’을 예고했다. 학생의 절반도 채 이용하지 못했던 기존 방과후 학교·돌봄교실과 규모가 다른 새 인력과 공간이 학교에 필요했다.

정책의 시간표는 올들어 다급하게 당겨졌다. 1월 말 교육부는 ‘2024년 교육부 주요정책 추진계획’에서 올해 1학기 2700여 학교, 2학기 모든 초등학교 도입을 공식화했다. 기간제 교사 2250명의 한시적 배치, 예산 4천억원 추가 배정 등 그나마 구체적인 계획(2024 늘봄학교 추진 방안)이 나온 건 지난 5일이다. 각 시·도 교육청의 학교 대상 설명회가 2월 중순 이뤄졌다. ㄱ초교 교감은 “일선 학교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2주 정도였다”고 했다.

속도전은 웃지 못할 풍경을 빚었다. 교육부는 학교에 약속한 2천명 넘는 기간제 교원 채용이 당장 쉽지 않자, 채용 대상의 연령·과목 제한 등을 풀도록 했다. 방신혜 교사(경북 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는 “우리 지역 학교에 늘봄 행정 업무를 맡는 기간제 교원으로 68살 퇴직 교사가 오셨는데 학교 행정 업무에 사용하는 온라인 시스템인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다루지 못했다”며 “결국 원래 있던 선생님이 늘봄 업무를 맡아야 했다”고 전했다.

강원 지역 ㄱ초등학교에선 국어 과목 중등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가 초등학생 과학 과목을 가르치게 됐다. ㄱ초 교감은 “당연히 초등교원 자격증 소지자가 올 줄 알았고 그에 맞춰서 2월 초에 과학 과목 수업을 배정해 뒀는데 막상 교육지원청이 보내준 기간제 교사는 중등 교사 자격증을 지난 국어 선생님이었다”라며 “이는 학생들에게도 반교육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 뽑은 기간제 교원은 늘봄학교 관련 행정 업무를 주로 맡지만, 교육공무원법상 수업(통상 주당 10∼15시간)도 해야 한다.

학생 수도, 맞벌이 학부모도 많은 도시 지역 학교도 고민이다. 경기 지역 신도시 학교의 최아무개 교사는 “학생 90%가 늘봄학교를 신청했는데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강사를 못 구해 1학년 교사들이 돌아가며 수업하기로 했는데 늘봄 교육 프로그램은 놀이 중심이라 교사에겐 낯설다”며 “1학년 교사되기를 더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선 학교의 혼란 속에 일부 교육청은 정부가 모든 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하겠다는 2학기를 걱정했다.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1학기는 희망 학교 위주로 시행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전면 시행을 못박은 2학기부터가 더 걱정”이라며 “전면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하자고 교육부에 건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 학기는 시작됐지만 채비를 마치지 못한 적잖은 학교는 학생 수에 따라 아침·저녁 돌봄 개설 여부를 결정하는 등 ‘누구나 원하는 만큼’이라는 애초 취지와 거리가 먼 운영 방식을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있다. 방신혜 교사는 “교육청에서도 아침이나 저녁 돌봄은 (수요를 봐서)선택적으로 하라는 공문이 왔다”며 “정부의 늘봄학교 홍보만 믿고 준비한 새 학기 계획이 틀어졌다는 학부모 항의가 학교로 온다. 학부모도 속상하고 우리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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