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이주는 일자리 뺏는 위협도, 고령화의 해결책도 아니다

한겨레 2024. 3. 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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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면 주변에 이주노동자들이 적잖다.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우리 삶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다.

이주 혹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기사의 제목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이주자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 혹은 "참을 만큼 참았다" 같은 자극적인 것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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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제시하는 22가지 오해
이주자 비율 세계 인구 3%로 안정적
최빈국·최빈층 가난 탈출용 아냐…
이주의 혜택·단점 제대로 논의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이주는 빈곤, 기후위기, 고령화사회의 해법인가, 재앙인가
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l 세종 l 2만5000원

둘러보면 주변에 이주노동자들이 적잖다. 어제 밤 먹은 삼겹살집에서, 변두리 허름한 제조공장에서, 농촌 비닐하우스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우리 삶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사회지리학과 헤인 데 하스 교수의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주에 관한 오해와, 거기서 비롯된 두려움 22가지를 정리하면서 이주를 막아야 한다는 “대단한 착각”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큰 오해는 “이주가 사상 최고치”라는 사회적 통념이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것에 비해 이주자 비율은 세계 인구의 3%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이출(移出)은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자포자기식 탈출”이라는 오해도 크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주 후에도 농장, 건설 현장, 접객업소, 윤락업소 등에서 “현대판 노예”로 심각한 노동력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주를 만류하는 홍보 캠페인도 서구 여러 나라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원거리 이주는 그만한 돈이 필요하다. 저자가 여러 통계를 인용해 “국제 이주자는 대부분 최빈국 출신도 아니고 출신국의 최빈층도 아니다”라고 명토 박는다. 이주가 가난한 나라들의 가난 탈출용 수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입(移入)이 위협인가, 해결책인가를 두고도 설왕설래한다. 보통 사람들은 “대규모 이주가 대규모 분리를 불러왔다”고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이주자 통합은 실패했다”고 오해한다. 이입민들이 “일자리를 훔치고 임금을 낮”추는 것도 모자라 “범죄가 급증”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오해도 쌓여만 간다. 서구 여러 나라에서 “복지 국가의 토대를 침식한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화 사회의 대안으로 이주가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입 규모가 지나치게 작고, 이제 이입민들조차 아이를 적게 낳고 그들 역시 곧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입이 아주 시급한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아이를 덜 낳고 더 오래 사는 구조적 추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

이주에 관한 선동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여론이 이입에 등을 돌렸다”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이주 혹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기사의 제목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이주자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 혹은 “참을 만큼 참았다” 같은 자극적인 것 일색이다. 하지만 이입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오히려 갤럽 등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이입 수준 증가를 원하는 미국인의 비중”이 늘기 시작해 2020년에는 34퍼센트 정도까지 늘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주를 정치에 이용하는 사람들과 이익단체, 부정적인 단면만 침소봉대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가 가장 큰 문제다. 아울러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이주와 난민의 심각성을 불리는 인도주의 단체들도 한몫한다. 해결책은 난망이다. 저자 역시 “복잡한 이주 문제를 쉽게 풀어낼 해결책은 없다”고 단언한다. 다만 “아주 오랫동안 이주 논의를 마비시킨 불필요한 공황과 공포만 없애면,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이주의 혜택과 단점을 논의할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한 가지, “이입의 경제적 혜택이 이미 부유한 사람들 몫으로 대부분 돌아간다는 것”만큼은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책 말미에서 강조한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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