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1주에 단편 1권’ 계주 1년…마무리는 최진영·이혁진

임인택 기자 2024. 3. 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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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1주 단편 단행본 하나꼴로 소개한다 취지의 '위픽' 시리즈가 만 1년, 50권을 채웠다.

여러 직역의 작가가 품은 가장 최근치 질문을 소설 형식으로 속도감 있게 던져왔다는 데 이 시리즈의 강점이 있다.

위픽 시리즈 50권 가운데 가장 두툼하다.

내달 다시 50권을 2025년까지 1년간 출간한 뒤 위픽 시리즈는 일단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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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오로라’를 위픽 시리즈 49번째 소설로 출간한 최진영 작가. 창비 제공

오로라
최진영 지음 l 위즈덤하우스 l 1만3000원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이혁진 지음 l 위즈덤하우스 l 1만3000원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1주 단편 단행본 하나꼴로 소개한다 취지의 ‘위픽’ 시리즈가 만 1년, 50권을 채웠다. 지난해 이달 초 구병모 작가의 ‘파쇄’로 내디딘 1년치 갈무리다. 설, 한가위 두 주 쉬었다. “담당 소설팀 5명이 이 일만 붙잡아야 했다”고 한다. 덕분이겠다. 여러 직역의 작가가 품은 가장 최근치 질문을 소설 형식으로 속도감 있게 던져왔다는 데 이 시리즈의 강점이 있다. 시인, 장애인 변호사, 라디오 피디 등의 첫 소설 무대이기도 했다. 최근 질문이 ‘최신’을 뜻하진 않는다. 지금 시점 각각이 당면한, 가로막힌 ‘최종’의 질문들이었다. 49·50번째로 나온 최진영의 ‘오로라’와 이혁진의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이 첫 계주를 장식하는 데 제격인 까닭이다.

중편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을 위픽 시리즈 50번째 소설로 출간한 이혁진 작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구의 증명’, ‘단 한 사람’의 최진영 작가는 사랑과 믿음의 상관성을 톺고자 한다. 전화·문자로 자신을 애타게 찾는 남자를 도시에 두고 최유진은 제주로 떠난다. 자신의 사랑을, 공범의 죄의식을 묻어버리기 위해서다. 남자는 알고 보니 유부남이다. 그러나 ‘묻겠다’는 유진의 마음은 들킬까 두려운 마음, 하여 ‘숨(기)겠다’는 사랑이 아닐까 혼란스럽다. 그리고 숙소 발코니에 느닷없이 죽은 새 한 마리를 본다. 유진은 새를 묻기로 한다.

‘사랑’을 두고 “나를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하는 강한 동력”이라던, 그러면서도 여성 혐오범죄로 ‘남녀의 이상적 사랑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최진영이 지금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한가. 사랑 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그게… 완전히 없을 수가 있는가.” 2022년 거처 옮긴 제주 배경의 첫 소설, 그곳에서 이 시각 봉착한 사랑에 관한 ‘최종’의 질문인 셈이다.

이혁진은 가장 첨예한 자율주행차량의 윤리 문제를 파고든다. 위픽 시리즈 50권 가운데 가장 두툼하다. 제약이 많은 한국사회에서 완전자율주행 차량 ‘슈마허’를 개발한 재호. 회사는 대중의 호응에 편승해, 재호의 뜻과 달리, 더 공세적이 된다. 사고가 발생하자 슈마허의 변칙적 알고리듬을 감추려 한다. 기계에 물을 수 없는 책임감, 인간성을 기어코 묻겠다는 작가의 결기가 이 작품이다. 자율인가, 자동인가. “늘 가장 강력하고 악독한 횡포와 억압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져 왔으니까요. 우리가 지금 얼마나 ‘자율적’으로 서로를 혐오하고 배척하는지 생각해보면 아실 겁니다.” 사고 피해자 영인이 법원으로 들어가며 남긴 말이다.

이 끝의 질문과 저 끝의 질문 사이가 지난 50권 위픽의 너비겠다. 돌봄, 청소년, 문학의 본질, 기후위기 등이 망라됐다. 내달 다시 50권을 2025년까지 1년간 출간한 뒤 위픽 시리즈는 일단락된다. 소설팀 다섯은 번아웃도, 곁눈질도 아직은 안 되겠다. 50권을 다 보았다는 20대 남성 독자(IT 회사원)도 있으니 말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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