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잘 알지도 못했지만
한겨레 2024. 3. 1. 05:05
당신이 사 준 책상엔 서랍이 달려 있어요
부드럽게 열렸다 느리게 닫히는군요
내부는 눈부신 빛깔의 자작나무예요
당신의 선택이 옳아요 사실은
슬며시 비난했던 그 스피커도 아주 탁월했어요
부드럽게 느리게
누워 있으니 좋군요
흩날리고 있어요
구두에 쌓이기도 하는군요 바깥은
거대한 수거함 내부 같은 밤
누군가 남기고 간 짐들이 빈 거리에 기어 나오는 밤
고급 레일을 사용한 덕분이겠죠
눈은 멈추지 않고 오래 내립니다
오늘 저녁엔
이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드럽게 열렸다 느리게 닫히는 것이
있어서 좋군요
-김이강의 신작 시집 ‘트램을 타고’(문학과지성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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