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공천 심판’ 줄사퇴, 아무 문제 없다는 이 대표
민주당 공천 관리를 맡았던 사람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만둔 사람이 2명, 중립 의무를 어겨 원치 않게 물러난 사람이 1명이다. 어느 쪽이든 민주당 공천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경선 관리를 총괄해온 정필모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가장 먼저 물러났다. 정 위원장은 경선 여론조사 업체 선정이 마감된 후 이재명 대표 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업체가 추가로 선정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누군가가 전화로 지시해서 (업체를) 끼워 넣었는데 누구 지시인지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며 “나도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고 폭로했다. 해당 업체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 용역을 수행했고, 최근 현역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논란을 불렀던 곳이다. 추후 경선 불공정 시비와 그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의식해 정 위원장이 미리 물러난 것이다.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이재정 의원은 공관위의 기동민 의원 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해 사퇴했다. 기 의원은 같은 당 이수진(비례) 의원과 함께 라임 펀드 사기 사건 주범인 김봉현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친명계인 이수진 의원은 성남 중원구에서 비명계 윤영찬 의원과 경선을 하게 된 반면, 비명계인 기 의원은 자기 지역구에서 경선 기회도 얻지 못하고 탈락했다. 심사 기준이 고무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재정 의원이 이런 문제를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계를 느낀다”며 물러났다고 한다. 민주당은 비리 혐의로 재판 받는 의원의 공천 심사에서 본인의 혐의 시인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노웅래·기동민 의원처럼 혐의를 일부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공천 배제, 이재명 대표나 이수진 의원처럼 끝까지 부인하면 문제 삼지 않는 식이다.
박영훈 전략공천관리위원은 친명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천 배제 주장에 맞장구를 쳤고, 다음 날 임 전 실장은 실제 공천에서 배제됐다. 박 위원은 중립 의무 위반 지적을 받고 물러났다.
공천 과정에 ‘심판’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있지만, 이 대표는 “공천이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심판들이 경기 시스템의 오류를 고발하고, 일부는 시스템을 오작동시켜도 이 대표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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