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12]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설렘
3월이다. 3월은 학생들의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새 학기라는 단어는 두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때의 두려움과 설렘이 그것이다. 학생들뿐 아니다. 강의를 하는 나 또한 새 학기 첫 시간을 위해 학교로 가는 길은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다.
4억5000만 부가 팔려 시리즈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끈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도 각 시리즈의 시작은 대부분 새 학기로 시작한다(3월이 아니라 9월이라는 점이 다르다). 1편인 ‘마법사의 돌’에서 어린 해리는 호그와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킹스크로스역으로 향한다. 학교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당최 있을 것 같지 않은 ‘9와 4분의 3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난관이다. 다행히 마법사 가족을 만나 이를 해결하고 어색한 첫 만남을 겪은 후 친구들을 사귄다. ‘마법’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 찬 새 학기의 풍경은 ‘머글(보통 인간)’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 런던에 체류할 때 킹스크로스역 주변에 숙소가 있었다. 산책하거나 기차를 타기 위해 종종 그곳을 들르곤 했다. ‘해리 포터’ 팬인 나로서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9와 4분의 3 플랫폼을 찾고자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호그와트 학교에 가는 마법사를 발견하길 바라면서.
18세기 증기기관 발명 이후 19세기 초 철도 산업을 발전시킨 영국답게 런던에는 역이 많다. 영국의 지역 방향에 따라 출발하는 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과 같은 느낌이다. 킹스크로스역은 1852년 문을 열었다. 런던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등 영국 북쪽 지역을 연결하는 열차를 운행한다(호그와트가 영국의 북쪽에 위치해 있음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해리 포터’에 대한 큰 인기로 아예 역 내부에 ‘해리 포터’ 기념 상점을 열고, 9와 4분의 3 플랫폼을 포토 존으로 만들었는데, ‘해리 포터’ 팬들과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현실의 ‘머글’ 세계와 상상의 ‘마법’ 세계가 만나는 재미있는 지점이다.
즐거운 상상으로 새 학기의 긴장감을 줄인다. 즐거운 설렘이 점점 더 차오른다. 마법 같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설렘이다. 모든 학생이 멋진 새 학기를 맞이하길. 덧붙여 선생님과 마법사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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