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64] 지성, 감성, 의지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2024. 3.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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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이래 서구 철학은 인간의 정신을 ‘지성(intellect), 감성(feeling), 의지(will)’ 세 갈래로 구분해 파악하려 했다. 이러한 삼분법의 효시는 플라톤이나 성 아우구스티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칸트가 인간의 정신을 더 이상 다른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세 가지 능력, 즉 ‘인식, 감정, 욕망’으로 구분한 것도 이러한 사유적 전통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서구 철학의 개념을 일본에 소개한 이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07년 ‘문예의 철학적 기초’에서 인간의 정신 작용을 지(知), 정(情), 의(意)로 구분하여 설명한 바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소세키에게 서구의 사상과 감정을 더 생생하게 일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언문(言文) 일치 문체 확립은 생애를 관통하는 과제였다. 그의 작품들은 이질적인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체화할 수 있는 언어적 통로를 개척하는 의미가 있다.

그의 1906년 작 ‘풀베개(草枕)’ 첫 구절은 일본인들이 최고로 손꼽는 명문으로 유명하다. “산길을 오르며 이렇게 생각했다. 지를 앞세우면 각이 서고, 정에 빠지면 떠내려가고, 의지를 밀어붙이면 궁지에 몰린다. 이래저래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이 짧은 문장에 서구 철학의 ‘지·정·의’가 그만의 문학적 표현력에 의해 일본적인 심성으로 변환되고 수용되는 과정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소세키의 말처럼 논리만을 따지면 관계가 각박해지고, 느낌에 휘둘리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욕망을 고집하면 설 자리를 잃기 십상인 것이 세상살이다. 문장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살기 힘듦이 더해 가면 편안한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긴들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때 시(詩)가 써지고 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저기 논리와 감정과 욕망이 부딪히는 파열음 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소세키의 통찰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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