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북방한계선 이상 없나

2024. 3. 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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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 해상국경선 설정’ 엄포
연초부터 NLL 무력화 시도
전례상 어김없이 도발로 연결
정부, 선제적 대응 전략 필요

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이 소란스럽다. 김정은은 작년 말부터 남북관계를 적대적으로 규정하면서 전쟁의 서사(敍事, narrative)를 만들더니,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북방한계선을 무법불법의 경계선이라면서 새로운 ‘해상국경선’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NLL은 남북한의 충돌을 막는 해상군사분계선으로 기능해왔다. 6·25전쟁의 휴전을 앞두고 북한을 둘러싼 대부분의 섬들은 대한민국이 통제하고 있었다. 대동강 하류의 초도와 석도는 우리 해병대가 점령하여 피난민 탈출루트로 활용되었다. 심지어는 평안북도에 위치한 신미도와 가도도 우리의 점령하에 있었고 압록강과 두만강 하구까지도 모두 유엔군이 점령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그러나 모든 섬들을 관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었고, 정전을 앞두고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방지해야 했다. 결국 유엔사가 나서서 전쟁 이전의 영토였던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만을 남기고 북쪽의 병력을 철수시킨 것이 NLL의 시초이다. 북한으로서는 NLL 설정으로 바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이었기에 당시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1973년 경기도와 황해도의 경계선 북쪽 지역을 자신들의 영해선으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에 이르자 이를 확대하여 ‘조선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주장했다가 수용되지 않자, 2007년에는 이보다 축소된 ‘서해 경비계선’을 주장했다. 북한은 이러한 주장이 있던 시기마다 어김없이 무력도발을 감행하여 제1·2차 연평해전(1999·2002)과 대청해전(2009)이 발발했다.

해군은 헌신적인 대응으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매번 격퇴했지만, 희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2차 연평해전에서는 무려 6명의 전사자가 발생했고, 대청해전의 보복으로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일으켜 천안함에서 47명, 연평도에서 민간인 2명을 포함한 4명이 희생되었다.

북한은 내부의 정치적인 불안이 있을 때마다 정권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NLL을 문제 삼아 도발을 감행해온다. 문제는 김정은이 전쟁 서사를 형성하면서 NLL부터 거론했다는 점이다. ‘해상국경선’이 무엇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정은은 헌법까지 바꾸면서 이를 확정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1개월 후인 2월 15일 김정은은 ‘바다수리-6’ 대함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의 군사적 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북한은 내부 프로파간다 수준에 그친 ‘해상국경선’ 주장을 국제 수준으로 올리고자 할 것이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고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포사격이나 미사일 발사 외에도 다양한 수단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NLL을 부정하고 분쟁구역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새로운 NLL 무력화 시도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NLL이 기존의 해상국경선으로 기능해왔다는 주장 이외에도 국제사회에 더욱 통용될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한편 NLL 인근에서 북한 어민들의 어업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을 역으로 제시하는 등, 오히려 북한의 해상국경선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선제적 조치도 필요하다.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우리의 태세도 다잡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자폭용 해상드론 공격처럼 기발한 형태의 무력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의 감시정찰능력부터 강화해야 한다. 우선 복잡한 획득절차로 감시용 무인기 도입에도 수 년 이상 걸리는 문제부터 풀고 전력보강을 해야 한다. 해군과 해경을 적절히 투입하여 긴장을 관리해야 하며, 빠른 판단을 위해 컨트롤타워를 통합해야 한다. 북한이 NLL부터 공략을 시작한 이상, 정부는 선제적으로 북한의 전쟁서사를 막아내고 평화의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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