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호의플랫폼정부] 우리는 어떤 공무원을 원하는가

2024. 3. 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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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혁신 회의를 하다 보면 왜 그렇게 정부혁신에 열성적인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정부가 스스로 혁신하는 조직이 되려면 그 주체는 공무원이어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혁신 레토릭은 다르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먼저 스스로 변해야 한다.

정부가 혁신에 진심이라면 공무원의 의식과 행태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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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혁신의 목표는 ‘국민 공감’
수원시의 ‘새빛민원실’ 서비스 시도 신선
정부혁신 회의를 하다 보면 왜 그렇게 정부혁신에 열성적인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내 자식들이 더 나은 정부 서비스를 받는 시대에 살게 하고 싶어서이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내가 살면서 경험한 정부 서비스의 불편한 점을 후대들도 그대로 경험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불신하면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미래 그들의 문제가 지금의 내 문제이다.

정부가 스스로 혁신하는 조직이 되려면 그 주체는 공무원이어야 한다. 한때 공무원을 혁신의 대상으로 지목하여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혁신추진은 물론이고 결과도 미비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들을 혁신하라는 데 적극적인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어떤 위치와 자리에 있더라도 국민이 직면하는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제삼자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순간, 정부혁신은 보여주기식 실적만 쌓이게 되고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부분 그대로 있게 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혁신 레토릭은 다르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먼저 스스로 변해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나 외부 압력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관행을 과감히 거둬내야 한다. 국민이 불편해하는 문제를 자기 문제처럼 인식하고 공감하며 해결하려는 주체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겨나고, 도전적이지만 시도해 보려는 의지와 반대를 설득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이 자발적으로 생겨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꺼리는 존재라고 한다. 공무원의 변화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더 심하고 복지부동은 별명처럼 따라다닌다. 변하지 않아도 신분이 보장되고 맡은 업무는 내가 잘 안다는 확신의 착각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감겨있기 때문일 거다. 그러니 정부가 바뀌면 유사한 문제가 슬그머니 다시 등장하고 들어봄 직한 과제를 새롭게 포장하는 도돌이표 혁신이 계속되며 정작 정부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지 국민은 체감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어떤 공무원을 원하는가. 높은 공직관이나 업무역량은 당연하다. 미래 세대의 공무원은 무엇보다도 공감 능력과 상상력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전문 지식, 합리적 분석과 대안 발굴은 어차피 AI의 도움을 받는 시대에 살 것이다. 인간이 계속하여 공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서로에 대한 공감 능력이 아닐지 싶다. 그 첫 번째 공감 대상은 바로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의 공무원에 대한 불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최근 수원특례시가 도입한 ‘새빛민원실’ 사례는 눈길을 끈다. 복합민원에 대해 각 부서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민원인의 고통을 절감하려는 협력적 노력이 이 사례의 핵심이다. 행정적인 절차와 진행이 익숙하지 않은 민원인들을 대신해 30년 가까운 경력의 베테랑 공무원들이 민원인의 어려움을 내 문제라 생각하고 그들의 고충을 경청하며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함께 찾으려는 행정서비스이다. 결국 국민을 감동하게 하는 행정의 키는 국민의 고충과 불편을 내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공무원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자세이다.

정부가 혁신에 진심이라면 공무원의 의식과 행태가 변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 활용은 수단이지 정부혁신의 목적이나 성과는 아니다. 정부혁신이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변화를 꾸준히 만들어 간다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 변화의 중심에 국민과 공감하는 진심 어린 공무원이 있다. 우리 정부는 그런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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