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이재명의 '이기는 민주당'?

이철영 2024. 3.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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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탈당·사퇴' 사분오열…李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
21대 총선 '180석 대승' 민주당…22대 총선에 드리운 패색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탈당과 당직 사퇴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는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피트니스 센터에서 열린 직장인 간담회에 앞서 트레이너로부터 스트레칭을 배우는 이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심각하다. 민주당의 현재 상태는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탈당도 잇따르고 있다.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이재명 대표는 수습할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인다. 개인의 자유라고 한다.

공전 갈등 폭발과 함께 민주당에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민주당의 패배는 불가피하고 이 대표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민주당과 이 대표가 패배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을 뿐이다.

대체로 선거 승리의 기준은 직전 선거 결과인데 4년 전을 돌이켜보자.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까지 포함해 국회 의석 300석 중 180석을 차지했다. 4년 전 압도적 승리를 오는 4월 10일 22대 총선에서 재현하긴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권 안팎으로 민주당의 과반 전망은 사실상 전무하다. '졌지만 쌀 싸웠다'는 정신 승리도 어려울 수 있다. 패배 원인으로 공천 문제가 지목될 게 뻔하다.

민주당은 어쩌다 이렇게 분열했을까. 대체로 이 대표가 친명체제를 공고히 하려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의 분열은 이 대표가 2022년 7월 17일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예상됐던 건 아니었을까. 당시 이 의원은 '이기는 민주당! 이재명은 합니다!'를 기치로 전당대회에 출마, 77.77% 득표율로 제6대 당대표에 당선됐다. 그는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파정치로 성장하지 않은 저 이재명은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습니다.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지금과는 참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된 것 같지만.

지난달 28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서울 중·성동갑에 민주당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한 것과 관련해 "전략공관위원회의 추천의결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전 실장은 "이번에는 다를 거라 믿었고, 양산 회동에서 이재명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며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이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률 기자

이 대표의 말처럼 됐다면 현재의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은 없지 않았을까. 그가 주창한 '통합' 유통기한이 전당대회로 끝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이 대표는 공천 결과 반발해 당을 떠나는 이들을 향해서도 '갈 테면 가라' 태도를 보였다.

그는 28일 공천 논란과 관련해 "당의 판단과 개인의 판단도 다르다"며 "최근에 탈당하는 분들이 한두 분 계신 것 같은데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무척 쿨(Cool)한 모습이다. 당은 사분오열인데 이 대표는 떠나는 사람이 문제라고 본 것이다. 어차피 총선에서 패할 텐데 우리라도 살자는 모습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선거를 앞둔 제1야당 대표의 너무나 의연한 모습이 무척 신선(?)하다. 하기야 민주당 모 최고위원이 "이재명은 민주당의 시대정신이고 상징"이라고 말하는걸 보니 이 대표 태도가 이해되기도 한다.

'통합'을 통한 갈등 봉합이 불가능 수준에 이르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불출마 또는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이미 늦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말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와의 저녁 자리에서 필자는 '이 대표의 불출마와 2선 후퇴가 필요하다는 말이 많다'는 의견을 전하며 생각이 어떤지 에둘러 물은 바 있다. 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지만, 이 대표에게 의견을 전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사업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누군가는 지금 민주당 분열의 시작을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재보궐과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왜 이렇게까지 잡음을 만들며 사람들을 떠나보내는지 생각해 봤다. 사법리스크에 따른 불안감이 첫 번째일 것이고 두 번째는 정당의 대표로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그릇이 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과거에 본 이 대표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자기 보신을 위한 정치에 빠져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때보다 단합이 필요하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연쇄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차피 직전 선거와 같은 결과지를 받을 수 없게 된 이 대표의 이번 선거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 대표의 민주당내 친명체제 공고화가 목표라면 결과에 따라 아무 의미를 찾지 못할 수 있다. 또 결과에 따라 이 대표 주변에 친명을 자부했던 이들이 남아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마 그때가 되면 이 대표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속성을 간과했다고 뒤늦게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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