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본선 오르는 중진…'무혁신' 與 시스템 공천

김세정 2024. 3.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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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주호영 등 영남 중진 공천 확정
18명 중 3명만 탈락해 '현역 불패' 계속
비례대표 공천서 신인·여성 등용 전망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공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12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의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공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현역 의원이 대부분 공천장을 쥐게 돼 혁신이 없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대상에 올랐던 이들도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하게 됐다. 세대교체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야당을 향하던 '운동권 청산'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26개 지역구에 대한 2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비례대표로 서울 양천갑에 도전했던 조수진 의원이 구자룡 비상대책위원에 밀려 탈락했다. 영남권에서는 초선인 이주환(부산 연제), 전봉민(부산 수영), 김용판(대구 달서병) 의원을 제외하고 현역 대다수가 공천을 확정 지었다.

PK(부산·경남)에서는 이헌승(부산 진을), 백종헌(부산 금정), 김기현(울산 남을), 서범수(울산 울주) 의원이 경선에서 이겼다. TK(대구·경북)에서는 김상훈(대구 서), 김승수(대구 북을), 주호영(대구 수성갑), 김정재(경북 포항북), 김석기(경북 경주), 송언석(경북 김천), 구자근(경북 구미갑), 임이자(경북 상주·문경)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경선 명단에 올랐던 영남 지역구 현역 18명 가운데 결선을 오른 3명을 제외하고, 12명이 공천 명단에 올랐다. 1차 경선에서 현역 5명이 승리한 데 이어 2차 경선에서도 '현역 불패' 기조는 여전했다.

국민의힘 공천에 크게 잡음도 없지만 혁신도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했던 중진·친윤 의원들이 그대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대표적으로 4선의 김기현 전 대표나 권성동 의원, 5선 주호영 의원 등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희생은 없었다. 충청권에서도 돈봉투 논란에 휩싸인 5선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과 '이해 충돌' 논란에 직면했던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각각 공천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신인에겐 가점을 주고, 현역에겐 감점을 주는 취지로 국민의힘이 도입한 '시스템 공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선 의원들에게 적용되는 페널티는 공천 당락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 이 때문에 청년과 여성 후보자의 비율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설훈, 안민석, 홍영표 의원과 김영주 국회부의장 등 다선 중진을 컷오프 하면서 물갈이에 나선 민주당과 대조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잡음은 커도 민주당 공천에는 어느 정도 쇄신이 있지만, 국민의힘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일각에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세력과 싸우겠다"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무색해졌다고 해석한다. 야당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청산해야 할 구세대로 규정하면서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의도였는데 중진들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주장의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용한데 조용히 지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더라"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공천에 크게 잡음도 없지만 혁신도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동률 기자

국민의힘은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강남권이나 TK 일부 지역에 '국민 추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후보자 공천에서 청년과 여성을 등용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 위원장은 '무쇄신' 비판이 계속되자 지난달 29일 출근길에서 "이재명 대표가 하는 것은 쇄신이냐. 이 대표 개인을 위한 숙청"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비례대표에서 보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인을 발굴하고, 청년을 발굴한다며 아무나 픽해서 꽂는 것을 시민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라며 "민주당도 숙청이지, 결코 쇄신이 아니다. 사심 없는 기준으로 남은 공천을 하겠다. 국민추천제를 하겠다는 것도 그런 보완을 의미한다.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그런 고려가 충분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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