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신청사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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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궁, 돈방궁, 베르사유궁. 민선 단체장이 치적 남기듯 짓는 신청사엔 명예롭지 않은 별명이 붙기 마련이다.
낮은 재정자립도는 생각도 않고 과시용 외양에 혈세를 펑펑 쓰는 탓이다.
민선 자치제가 부활한 1995년 이후 5년 동안에만 59개 신청사에 2조5000억 원이 들어 '호화 청사' 논란이 거셌다.
이후 잠잠하던 신청사 건립 바람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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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강남 강서 광진 동작 서초 종로구가 신청사 건립을 추진 중이다. 동작구는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인근 상인들까지 입점시키는 전국 최초 ‘관상복합’ 청사를 짓고 있다. 강남구는 대치동 세텍 부지에 ‘랜드마크’ 청사를 계획 중이다. 경기 동두천시와 여주시도 새 청사 마련에 나섰다. 최근엔 서울시의회가 을지로 옛 미국문화원 자리에 22층짜리 신청사 건립 계획안을 만들어 시에 전달했다. 건립 비용이 1200억 원이다.
▷요즘 청사를 지으려면 행정안전부의 상한 면적 기준을 준수하고 타당성 조사와 중앙 투자 심사도 받아야 한다. 이런 제한 규정이 마련된 2010년 이전에는 으리으리한 호화 청사가 많았다. 경기 성남시는 수입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장식한 스텔스 전투기 모양 청사에 3222억 원을 썼다. 인구 100만도 안 되는 도시가 1000만 도시 서울 신청사(3000억 원)보다 많은 돈을 들인 것이다. 1974억 원짜리 경기 용인시 신청사도 2005년 준공되자 ‘용인궁’으로 불렸다. 2010년 완공된 서울 용산구 신청사엔 금싸라기 땅값만 빼고도 1522억 원이 들었다.
▷호화 청사는 대개 외벽을 통유리로 지어 에너지를 낭비하고, 주민 편의를 내세우면서도 전망 좋은 맨 꼭대기 층엔 단체장 집무실을 배치해 주민들 접근을 어렵게 한다. 안목 없는 설계로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도 문제다. 거대한 유리 상자 모양의 용산구 청사는 건축가들이 선정한 ‘최악의 건축물’ 8위에 올랐다. 성남시는 인구가 늘 줄 알고 시의원들 사무실을 넉넉히 만들어두었는데 인구가 줄어 쓸모없게 됐고, 반대로 용인시는 인구 증가를 내다보지 못해 준공 13년 후부터는 청사 밖 여기저기서 셋방살이를 하는 신세다.
▷서울시의회도 청사가 비좁아 인근 건물에 흩어져 일하다 보니 효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청사가 낡고 좁다고 새로 짓기보다 고쳐 쓰고 주변 건물에 세를 얻어 일한다. 요즘은 원격근무도 하는데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모여 있을 필요가 있나. 단체장이 되면 번듯한 청사 건립의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라지만 조심해야 한다. 호화 청사로 구설에 오른 성남시장, 용인시장, 용산구청장 모두 다음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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