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전세사기 피해자 구제하려면 실현 가능한 법안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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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은 여야가 30일간 합의 기간을 가져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선구제, 후회수'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먼저 매입(선구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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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의 핵심은 ‘선구제, 후회수’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먼저 매입(선구제)하도록 했다. 이후 HUG가 집주인에게 추심 등을 통해 돈을 받아내라(후회수)는 것이다.
전세사기는 피해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선순위 세입자라 해도 경매가 마무리되는 데만 최소 몇 달,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후순위 세입자는 이런 희망조차 갖기 어렵다. 당연히 피해자들에게 야당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여러 맹점이 있다. 하나는 악성 임대인이 갚아야 할 돈을 사실상 국가가 대신 갚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 추심 등을 통해 회수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개정안을 입안한 의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를 대상으로 대위변제를 하고 있는 HUG의 채권 회수율은 2022년 기준 24%에 그친다. 4분의 3은 못 받고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채권보다 앞선 선순위 근저당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채권을 매입한 뒤 배당을 최대한 적게 받아 후순위 세입자가 받을 돈을 보장해 주라는 거다. 그런데 선순위 채권을 보유한 개인이나 금융기관이 팔지 않는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채권을 매입하더라도 일부러 배당을 적게 받거나 포기한다면 배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방법인지도 의문이다. 법안은 ‘선구제’의 전제조건으로 임대보증금 채권을 평가해 적정 가격을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요즘처럼 빌라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적정 가격이 어떻게 책정될까. 세입자들의 채권은 실제 보증금의 극히 일부, 혹은 아예 아무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전세사기가 이처럼 대규모로 벌어진 이유는 전세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체계가 지나치게 느슨한 탓이었다. 빌라 시장에서 전세보증금은 곧 집값이나 다름없는데도 은행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세보증금의 80% 이상을 대출해줬다. 세입자 명의로 악성 임대인에게 현금 유동성을 제공해 준 것이다. 보증보험은 여기에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 빌라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폭등하며 거품이 커지던 시기, 리스크를 국가가 책임져 준 셈이다.
보증보험 확대,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가격 급등 등이 모두 현재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또다시 악성 임대인을 재정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실제 구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
만에 하나 과거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라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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