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그리고-그렇다면’ 세상을 보는 자폐인의 체계…인류 진보를 이끌다[책과 삶]
패턴 시커
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 강병철 옮김
디플롯 | 408쪽 | 2만4800원
알은 여러모로 ‘다른’ 아이였다. 네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않았고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알이 열중한 것은 ‘패턴 찾기’였다.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 쉬지 않고 질문했다. “왜?”는 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다. 교사들은 나가떨어졌다. 누군가는 알의 뇌가 “맛이 갔다”고 했다.
알의 엄마는 질서정연하고 명료한 것을 추구하는 알에게 전통적 교육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알이 열한 살이 되었을 때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알은 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무언가에 대한 작동 방식을 읽고 나면 지하실에 마련한 자신만의 실험실에서 실험을 했다. 알의 얼굴에서 비로소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알은 열두 살이 되기 전 물리학을 혼자 터득했다. 열다섯 살에는 궁극의 패턴 언어인 모스 부호를 마스터했다.
교사들이 포기한 문제아였던 알은 어른이 되어 유명해진다. 전구, 축음기 등 수많은 발명품으로 세상을 바꾼 과학자 토머스 앨바 에디슨이 바로 알이다.
30여년간 인간의 마음과 자폐를 연구한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 교수 사이먼 배런코언은 에디슨을 ‘패턴 시커’(패턴을 찾는 사람)라고 명명한다. ‘만일-그리고-그렇다면’이라는 체계로 세상사의 규칙을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폐인 중 많은 수가 에디슨처럼 고도로 체계화를 추구하는 유형이며, 7만~10만년 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저서 <패턴 시커>는 자폐인들의 ‘고도로 체계화하는 마음’을 뇌 과학과 엮어 다룬 책이다.
배런코언은 30년 넘게 매일 자폐인을 만나고 경험한 것을 과학을 통해 입증한다. 그는 자폐인의 ‘만일-그리고-그렇다면’의 추구가 인류 진보를 이끌었다고 본다. ‘만일 곡물의 씨앗을 땅속에 묻었고, 그리고 그 땅이 축축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렇다면 그 씨앗은 싹을 틔워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의 체계화가 농경사회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천재 혹은 바보, 편집증적인 사람 정도로 치부되는 자폐인들에게 패턴 시커라는 이름을 붙이고 입증해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폭넓은’ 교육 대신 ‘좁고 깊은’ 방식이 이들의 재능을 살릴 수 있다는 저자의 제언 역시 새겨들을 만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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