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돌아왔구나. 얼마나 다행인가”[금요일의 문장]

박송이 기자 2024. 2. 2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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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꿀벌들이 돌아왔구나. 가슴속에 강물이 요동치듯 기쁨이 흘러내렸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내일도 또 내일도 산사나무꽃이 다 질 때까지 나는 문학관 정원의 산사나무 그늘 밑을 서성이며 꿀벌 소리에 귀를 모으고 또 모을 것이다.”

<좋아하기 때문에>(김영사) 중에서

해마다 이맘때쯤 봄꽃 개화시기가 발표된다. 사람들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기를, 목련나무에 꽃봉오리가 피어오르기를 기다린다. 나태주 시인은 산문집 <좋아하기 때문에>에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 썼다. “복수초가 황금 노랑 꽃잎을 펼치고 깽깽이풀이 연보랏빛 꽃잎을 날릴 때 나는 그 곁에 앉아 그들과 눈을 맞추며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을 것이다. 그들이 빨리 오면 좋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봄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기후위기로 당겨진 개화시기 때문이다. 봄꽃은 점점 빨리 피는데, 꽃에 꿀을 찾아 날아드는 꿀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지 않는 꿀벌을 기다리며 문학관 정원을 오래 서성이던 시인은 새하얀 산사나무 아래에서 붕붕거리는 꿀벌 소리를 듣고서야 오롯이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지금 속도대로 가면 꿀벌이 2035년에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년 후에도 사람들은 봄을 맞이하는 반가움과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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