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문어 잠자는 도롱뇽…‘연결 고리’ 속 모두가 나인 것을[그림책]
모두가 나였어
브렌던 웬젤 지음|김지은 옮김
올리|40쪽|1만4000원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종의 동물이 되어본다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지만, 우리의 경험을 초월하는 일이라 제대로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칼데콧아너상 수상 작가인 브렌던 웬젤은 부드러운 그림을 길잡이 삼아 독자들을 그 상상의 세계로 데려간다. ‘나’는 잠자는 도롱뇽이 되어 따뜻하고 촉촉한 담요 같은 나뭇잎의 감촉을 느끼다가도 물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며 춤을 추는 거대한 문어가 된다. 문어의 꿈은 수면에 고요한 물결을 만든 코끼리 코에 의해 깨어지고, 다음 꿈에서 나는 하늘을 가르는 매가 된다.
꿈은 또 다른 꿈으로 끝없이 이어지며, 그때마다 나는 벵골호랑이가 되었다가 카멜레온이 되었다가 눈밭에서 신나게 뒹구는 아이가 된다. 아이가 깨어나 꿈이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야기는 끝날까? 아니다. 아이는 다시 꿈속으로 모험을 떠나고, 처음 보았던 도롱뇽의 모습이 슬쩍 엿보인다.
단순한 변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꿈속에서 무수히 많은 동물이 되어 그 동물의 고유한 경험과 느낌을 만끽한다. 도롱뇽, 문어, 코끼리, 호랑이와 꿈을 꾸는 아이는 같은 ‘나’이며, 확장되고 이어지는 꿈은 꿈을 꾸는 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게 만든다.
꿈속에서 다른 종이 되어보는 경험의 확장을 통해 다른 종과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책 제목이 ‘무엇이든 될 수 있어’가 아닌 ‘모두가 나였어’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웬젤은 크레용과 색연필, 물감으로 그린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인 그림, 시적인 문장으로 아름답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문어가 된 나는 놀랍고 벅차오르는 마음을 “그 기분이 내 팔을 타고 느껴졌어”라고 말하고, 코끼리가 된 나는 코끼리 떼 속에서 “온 세상이 한 덩어리”라 느끼며 “우르릉 소리가 내 몸을 울렸어”라고 말한다. 호랑이가 된 나는 수염을 씰룩거리며 “여러 겹의 소리가 끝없이 반짝거렸어”라고 말한다.
웬젤은 전 세계 야생 지역과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모두가 나였어>가 전하는 환상적인 꿈의 이야기는 ‘나’와 모든 생명체가 연결되는 작가의 ‘꿈’을 그린 것이기도 하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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