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동결금으로 우크라 무기를”…다급해진 EU 집행부 첫 제안
동맹국 간 불협화음 표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공백 속에 안보 불안이 증폭된 유럽이 다급해진 모양새다. 서방 동맹국 사이에서 사실상 ‘금기’였던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이어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를 구입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다만 해당 논의들은 서방이 기존에 설정했던 ‘레드라인’을 넘는 쟁점들이라 동맹국 간 불협화음이 연이어 표출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이제는 러시아 동결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장비 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라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보다 적합한 이 돈의 사용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방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의 일환으로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포함해 약 3000억달러(약 400조원) 규모의 러시아 주요 자산을 동결했다.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EU에 동결돼 있다.
EU 회원국들은 역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금 등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잠정 합의한 바 있다. 동결 러시아 자산을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한층 민감한 문제로, 회원국 간 견해차가 크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우리는 러시아 자산을 압류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국제법과 법치를 준수한다면 절대 이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반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전날 “동결자산 해제를 추진하기 위한 국제법적·경제적·도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EU의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은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합의점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런 논의가 불붙는 상황 자체가 달라진 유럽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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