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공립고 40곳 부활…‘서열화 우려’ 여전
전교조 “또 다른 ‘지역 명문고’ 낳아 격차 해소 도움 안 돼”
4년 전 폐지됐던 자율형 공립고(자공고)가 자율형 사립고·특수목적고만큼의 자율성을 내걸고 부활한다. 지역 공교육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각종 규제 특례를 받는 학교들이 양산되면서 지역과 학교가 서열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9일 올해 ‘자율형 공립고 2.0’에 40개교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자공고 2.0은 2009년 도입됐다 2020년 폐지된 자공고 1.0에서 일반고와의 차별성을 강화한 모델이다. 자공고 1.0이 학교와 지자체의 협약으로 운영됐다면 자공고 2.0는 협약기관의 범위가 대학·기업·법인 등까지 넓어진다.
일반고 수준으로 운영되던 교육과정도 자사고·특목고처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개방형 교장공모제를 적용하거나 교원 전부를 초빙 임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진다.
학생들은 협약기관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산 장안고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협약을 맺고 원자력 관련 과학 중점 교육과정과 동아리, 전공별 심화학습 등을 운영한다.
장안고는 농어촌 지역 일반고로 교육 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졌는데, 한수원의 전문성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전남 나주는 나주고·봉황고·매성고 3개교가 자공고 2.0으로 지정됐다. 이들 학교는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대 등과 협력하고 3개 고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정된 학교들은 학교별 추진계획에 따라 3월 또는 9월부터 자공고 운영을 시작한다.
자공고 2.0은 교육청 지침에 따라 학교운영비를 지원받던 자공고 1.0과 달리 특별교부금, 교육부·교육청 대응투자로 5년간 2억원을 더 지원받는다. 협약기관의 재정 투자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자공고 2.0는 지역별로 최대 100억원을 들여 지역인재의 정주를 유도하는 ‘교육발전특구’와도 연계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에 선정된 자공고 2.0 40개교 중 35개교가 교육발전특구와 연계됐다. 교육발전특구는 각종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데, 여기에 자공고까지 들어서면서 특구로의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공고 2.0은 농산어촌 인구 소멸 지역이나 인구가 공동화되는 원도심의 교육력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입시 경쟁이 치열한 현 교육체제에서 자공고 2.0이 교육격차 완화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표면적으로 지역별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입시 경쟁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공고 모델을 도입하면 ‘지역 명문고’가 돼 버려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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