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내내 “김건희는 수사 중”···특검법 발의 자초한 ‘감감무소식’ 검찰 수사
국회가 29일 본회의에서 ‘쌍특검 법안(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을 재표결했지만 부결되면서 검찰이 관련 수사를 이어가게 됐다. 검찰은 자체적으로 충분히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10개월이 다 되도록 김건희 여사에 대해 아무런 조사나 처분을 하지 않고 있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은 불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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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김 여사 관련 수사 상황을 물을 때마다 했던 답변을 이날 다시 반복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1심 판결이 검찰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고 항소심에서 다투고 있다”라며 “항소심에서 제기되는 쟁점을 살펴보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2심 판결 선고 이후에야 김 여사 조사나 처분이 가능하다는 말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항소심이 사실을 정리해주는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 2월 1심 법원이 ‘전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2심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본 뒤 김 여사 건을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2심 재판은 심리가 진행 중으로 언제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또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알고 지낸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전주들과는 차이가 있다. 검찰이 법원에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90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낸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을 기소했지만 김 여사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1심 법원은 권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주가 조작에 활용된 김 여사 계좌를 최소 3개 인정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인지, 핵심 공범으로 주가 조작에 가담했는지 밝혀내야 하지만 권 전 회장을 기소한 지 2년2개월, 1심 판결이 난 지 1년이 되도록 김 여사를 처분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법조계 안팎에선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싸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교체가 논의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여사를 소환해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묵살됐고, 수사 책임자가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도 있다”라고 공개 질의했다. 박 장관이 출근 첫날인 지난 21일 검찰 간부 인사를 곧바로 단행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답정너’ 수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는 지난 1월 국회가 통과시킨 쌍특검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하자마자 보도자료를 내고 김 여사 관여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당시 법무부는 ‘문재인 정부 때 검찰이 충분히 수사했지만 김 여사에 대해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법무부가 대외적으로 ‘기소하지 못한 사건’으로 못 박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대검찰청에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 상황을 보고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고, 이 효력이 여전히 살아있어 이원석 검찰총장도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원상회복하면 되지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서도 박영수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를 기소했을 뿐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다른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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