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요염하게… 우리를 응시하는 까만 눈의 비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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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분홍, 주황 등 명쾌한 색상을 배경 삼아 간략한 선으로 탄생한 여인 '비너스(VENUS)'.
거룩하고 신성시되어온 비너스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품은 신화 속 인물로 주요 예술가들에 의해 성스럽게 재현되어 왔다.
시선맞춤 없이 비현실적 인체 조화와 표정으로 존재해온 비너스가 다케루 아마노를 거친 이후로는 귀엽고 깨끗한 모습으로 우리를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다.
다케루의 수많은 비너스들이 다양한 포즈로 귀엽고 요염하게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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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색채의 네오팝 아티스트 다케루
범접할 수 없는 신화 속 여성상 단순화
비너스 캐릭터에 동시대의 인간상 담아
日 고유문화 특성과 결합 귀여움 찬미
나와의 관계에 집중 ‘나만의 비너스’로
노랑, 분홍, 주황 등 명쾌한 색상을 배경 삼아 간략한 선으로 탄생한 여인 ‘비너스(VENUS)’.
다소곳이 다문 일자 입, 말없이 바라보는 까만 눈,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윽한 눈동자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너스의 어깨에 매달리는가 하면 품 안으로 파고들거나 머리 위로 기어오르는 고양이 또한 마냥 앙증맞다.
독보적인 색채감과 그림체로 미래 예술을 선도하는 다케루 아마노는 현실과 상상을 연결해 색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네오 팝 아티스트다. 자연과 기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유니크한 비전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상을 단순하고 효과적인 형태로 표현해, 비너스 캐릭터에 동시대의 인간상을 담아낸다.
서구의 팝아트가 일본에서 네오 팝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나름 의미를 지닌다. 이미 네오 팝은 일본을 오롯이 담아내는 일본만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 되었다. 불안한 자연환경과 1945년 태평양전쟁의 패전이 가져다준 트라우마는 나르시시즘과 향수로, 공동체의 풍요와 번영의 원천을 성(性)으로 간주하는 경향은 관능적인 에로티시즘으로, 엄중한 위계질서와 ‘와’(和·균형)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일탈을 불허하므로 괴기스러움과 우스꽝스러움으로 나타났다. 충(忠)과 예(禮)를 위한 죽음이 아름다운 미학으로,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잔혹했던 경제불황은 일본이 지켜온 가치에 대한 허무함과 결합해 귀여운 소녀스러움을 찬미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향적으로 파고들어 깊어질수록 간결해지고 두려움이 커질수록 귀여워진다.
다케루의 작업이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예술의 보편적 가치 추구가 아니라, ‘지금, 현재, 여기, 나’를 외치기 때문이다. 그의 ‘귀여운 비너스’는 절대적 미의 상징성을 벗어나 대상과 나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나로 비롯된 ‘팬덤’과 ‘환상’이 만들어낸 우상(아이콘)인 것이다. 내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내가 비너스를 신전에 모셔두는 한 나만의 비너스는 늘 귀여울 것이며 한결같이 그곳에서 날 기다릴 것이다.
다케루의 수많은 비너스들이 다양한 포즈로 귀엽고 요염하게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단 하나의 태양처럼 아우라를 발산하던 그리스 로마의 비너스. 이제는 다케루에 의해, 존재하는 여성 모두가 비너스로 탄생한다.
‘Shy Madness- Relentless determination, 수줍은 광기- 파고드는 집요함’이란 주제를 내건 다케루 아마노의 특별전이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갤러리마크에서 열린다. 최신작 20여 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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