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괴담의 부활 [책이 된 웹소설: 괴담 동아리]
웹소설 괴담 동아리
과학 기술의 시대에도
괴담이 사랑받는 이유
귀신, 괴물, UFO 등 미스터리와 오컬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깃거리다. 여름 흥행을 노리고 공포 영화가 개봉하듯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초적 쾌감을 선사한다.
몇년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귀신을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새벽 시간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까지 첨부한 글이어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여성이 한동안 차를 쳐다보다 갑자기 제자리에서 콩콩 뛰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귀신이 진짜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과학기술과 초연결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괴담을 즐기고 있는 거다.
다만 요즘은 날것 형태의 괴담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방에 CCTV가 설치되고 각자 주머니에 고성능 카메라를 넣어놓고 다니는 요즘, 괴담은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직재미' 작가의 웹소설 「괴담 동아리」는 1990년대, 2000년대 시기 괴담 감성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괴담이라는 소재를 웹소설이라는 형태에 맞게 써내려간 덕에 그 시기 유년 시절을 보낸 독자는 물론 그보다 젊은 독자도 매료했다.
작품은 고등학교 입학식을 앞둔 주인공 '이준'의 눈앞에 게임에서나 볼 법한 메시지가 떠오르며 시작된다.
미스터리와 비밀이 가득한 낙성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학교에 숨겨진 음습한 비밀들을 밝혀내거나, 도시 전설과 괴담들에 맞서 싸우며 포인트를 얻어 특수 능력들을 획득해 보세요-「괴담 동아리」 중
이를 무시한 이준에게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온다. 다시 눈을 뜬 이준은 자신에게 특정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죽음을 피하고자 동료를 모으고 '괴담'이라는 신비한 현상에 맞선다. 작중 괴담은 '학교의 7대 불가사의' '빨간 마스크' '빨간 휴지·파란 휴지'와 같이 1990년대를 풍미했던 고전적 이야기부터 편견이나 오컬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를테면 작품의 첫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건 안내방송 괴담이다. 입학식을 앞두고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온다. 정전이 일어나 티브이 송출이 불가능하니 입학식은 운동장에서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이 말을 따라 운동장으로 나가면 목숨을 잃는 구조다. 해결법은 "정전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방송은 할 수 있느냐"며 무시하는 거다. 조리에 맞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그에 맞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피소드마다 각종 괴담이 등장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들은 괴담을 해결하는 동시에 발생 원인을 밝히며 세상의 실체에 가까워진다. 이 과정에서 개별 에피소드는 흡입력이 높고 전체 줄거리는 많은 복선을 깔아놓으며 치밀하고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뷰어를 적극 활용한다는 거다. 삽화와 텍스트, 페이지 효과 등으로 이뤄진 시각적 연출은 다른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는 그야말로 괴담의 천국이었다. '빨간 마스크'니 '홍콩할매'니 하는 괴담 속 존재들이 조악한 합성사진으로 떠돌았다. 또래 초등학생 사이에서 「무서운 게 딱 좋아」 같은 괴담 만화책은 필독서 취급을 받았다.
그 시절 괴담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괴담 동아리」는 새로운 필독서로 취급할 만하다.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도 괴담의 원초적 즐거움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듯하다.
김상훈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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