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주 4일제 네트워크’ 출범 의미와 과제
전례가 없다고 한다.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고도 한다. 바로 양대 노총 산별연맹은 물론 개별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주 4일제 네트워크’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출범 배경과 목적은 장시간 노동 근절과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이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차이가 있다. 돌봄과 성평등 및 기후위기 대응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핵심 목표와 지향은 ‘주 4일제 법제도화 및 노동시간 체제 전환’이다. 네트워크는 어떤 고민 속에서 출범했고, 어떤 계획들을 갖고 있을까.
산업혁명 초기 자본은 노동을 상품화해 착취를 발판 삼아 형성되었다.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 놓였던 시기였다. 1년 365일 밤낮없이 돌아가는 공장에 맞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일터의 산업재해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도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 때문에 노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과 맥을 같이한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목표도 노동시간 단축이 전제다. 그렇기에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간 평균인 1700시간 미만으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난 1년 윤석열 정부는 연장근로 확대와 같은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공장법 시대의 과로 사회로의 퇴행이다. 경총 또한 두 차례 노동시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문제는 한국이 더 이상 장시간 노동이 아님을 강조한 자료들만 제시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OECD만이 아니라 유럽연합 회원국보다 무려 330시간이나 더 많은 일을 한다. 다른 통계 기준의 잣대로 보면 어떨까. 국제노동기구(ILO)의 장시간 노동 기준인 48시간 초과 비율은 17.5%로 매우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ILO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개인에겐 수면, 생체리듬,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을 교란시켜, 피로, 기분, 건강과 안전, 작업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했다. 네트워크 단체가 노동시간 체제 전환 화두를 던진 이유다. 주 4일제 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노동체제의 전환과 맞물린다. 1년 365일, 1일 24시간 속의 1주 5일의 노동시간 체제에서 벗어나자는 거다.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사회와 노동을 위한 해답을 얻고자 하면 더 중요한 목표를 간과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주 4일제는 돌봄과 성평등 사회 실현의 척도와도 연동된다. 주 4일제로 주어진 하루 8시간은 지역 커뮤니티와 공동체 활성화의 촉매도 된다. 초고령화 시기 평생학습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서 생애주기 노동시간 정책의 방향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주 4일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탄소배출 문제와 맞물린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중 하나도 노동시간 단축이다. 작년 스페인 발렌시아 도시에서 실험한 주 4일제 목표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노동자 건강과 돌봄 및 삶의 변화만이 아니라 최종 목표는 바로 기후위기 대응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2024년 1월 조사 결과 직장인 67.3%가 주 4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비정규직 10명 중 6명 이상이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의미 있는 변화다. 그렇기에 네트워크 단체들은 22대 총선 요구안으로 ‘주 4일제 법제화 및 노동시간 체제 전환’을 제시한 듯하다. 국가노동시간위원회 설립·운영을 통한 정책과 이행점검 등은 새롭고도 의미 있는 방향 같다. 특히 연차휴가 확대나 5인 미만 사업장과 초단시간 등 산적한 정책들도 빠트리지 않고 목록에 담겨 있다. 게다가 원격·재택 등 텔레워킹과 연결되지 않을 권리 도입과 같은 내용도 제시되어 있다.
이미 국내외 다양한 주 4일제 실험 사례들에서 긍정성이 확인된다. 이제는 산업화 시기 파괴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시간의 정치를 모색해야 한다.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달성해야 할 기준’의 노동시간 체제도 달라야 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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