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 '트럼프 리스크'…고개 드는 K-방산 위기론[안보열전]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입력 2024. 2. 29. 20:03 수정 2024. 2. 2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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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앵커]
국방과 외교, 통일 이슈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안보열전' 시간입니다.

요즘 여러 면에서 아주 초조한 마음으로 미국 대선 지켜보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오늘은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와 K-방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김형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부분을 좀 지켜봐야겠어요. 왜 K-방산과 트럼프 리스크가 연결이 되는 거죠?

[기자]
재집권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우리도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골치를 상당히 많이 썩었는데, 문제는 트럼프 리스크가 K-방산에도 다른 방향으로 또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는 거예요.

[앵커]
그러니까요. 방위비 분담금은 알겠는데 K-방산, 우리 방위산업하고 어떻게 연관되나요?

[기자]
제가 괜히 찬물 끼얹으려는 게 아니고, 사실 그전부터 심심찮게 나오던 이야기들인데 트럼프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야기는 미국 현지시간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대선 후보 경선 유세를 하면서 재임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자기가 한 이야기를 언급했어요.

[앵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했던 얘기.

[기자]
여기에 따르면 '큰 나라', 어디라고 밝히진 않았는데 거기 대통령들 중 한 명이 일어나서, "돈을 내지 않았는데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우리를 보호하겠느냐" 라고 묻자 트럼프 본인이 "당신은 돈 안 냈으니 채무불이행이다", 이러면서 "러시아가 원하는 걸 모조리 하라고 부추길 거다"라는 발언을 했답니다.

근데 나토 헌장 5조에 집단방위 조항이란 게 있어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애초에 나토 리더가 미국인데, 트럼프는 이걸 깨겠다고 한 겁니다.

[앵커]
당장 엄청나게 비난받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현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부터가 무책임하다고 비판에 나섰는데,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국경을 맞대고 있죠. 폴란드 총리가 현지시간 12일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했는데요,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방위산업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얘기였대요. 과거 있었던 3국 협력체인 바이마르 삼각동맹의 부활까지 논의했다고 합니다.

왜 뜻을 모았느냐, 유럽은 냉전 끝나고 1990년대에 군비를 대규모 감축했어요. 소련이란 큰 위협이 갑자기 사라저 버렸고, 돈 없으니까 감축하는 과정에서 무기 생산 라인이 대규모로 문을 닫았습니다.

개발과 도입도 전면전보다는 저강도 분쟁 개입 위주로 바꿨고요. 이런 거 한 번 줄이면 다시 늘리는 데 몇 년 걸립니다.

K9 자주포.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앵커]
우리는 어떻습니까?

[기자]
K-방산이 왜 잘 나갔느냐? 우린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남침 위협이 항상 있고 그걸 염두에 둬야 하니까요.

실제로 수출품목 중에 제일 많이 팔린 게 K9 자주포입니다. 폴란드에 K2 전차도 팔았는데 둘의 공통점은 전면전용이라는 거예요. 다시 말해서 유럽이 신경 못 쓰고 있는 틈을 타서 K-방산이 성공했는데, 유럽이 원상복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당장 지난해 7월엔 나토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국방비에 쓰기로 하는 지침에 합의했고요. 유럽과 영국의 방산업체들도 생산 설비 증설과 함께 인력을 수천명 단위로 다시 고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독 들이는 건 당연히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 시장이고요. 그러면 우리 방산 입장에서는 이런 이점이 약해질 수 있는 거예요.

[앵커]
듣다 보니까 위기감이 확 드는데, 특히나 독일 같은 나라들은 전통적으로 공업이 강하잖아요?

PzH2000 자주포. 독일 국방부 홈페이지

[기자]
그럼요. 좋은 무기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K9 자주포의 경쟁자라 불리는 PzH2000 자주포 같은 경우, 사실 K9하고 성능상 아주 큰 차이는 없어요.

폴란드도 무시 못하는 게 K9 자주포 차체만 사가고, 영국에서 AS-90 자주포 포탑 사서 조립해서는 자국 사격통제시스템, 컴퓨터로 치면 운영체제를 넣어서 AHS 크라프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나토 회원국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멀리 있는 한국 무기보다는 생사를 함께한다고도 볼 수 있는, 이웃 나라 무기에 더 손이 가지 않을까요? 특히 방산협력 강화하게 되면 더더욱이요.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물량을 단기간 납품 가능, 기술이전 이런 부분에서 장점이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사오면 이게 좀 희석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AS가 빠르잖아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서 트럼프 리스크까지 있으니 생산 라인 부활하는 게 앞으로 길어야 2~3년 정도라는 게 대체적 분석입니다.

[앵커]
그러면 우린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기자]
당연한 이야기 하는 것 같긴 한데 다른 사람들이 못 하는 걸 해야겠죠.

한화그룹 방산부문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했던, 지금은 커뮤니케이션 앱 '마편'을 운영하는 엄효식 대표입니다.
"어떤 무기 체계들이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공격 또는 방어에 유용한지, 이런 전쟁의 정보, 무기 체계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는 게 가장 필요할 것 같고요. 우수한 인력들을 이런 방산 현장으로, 방산 연구소로 불러들여서, 뭔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무기체계를 만들어내거나, 현재에 있는 장비만으로는 할 수 없던 그런 역할들을 전쟁에서 할 수 있도록…"

[앵커]
다른 나라들이 잘 못 만드는, 그 자체로 강점이 있는 그런 무기를 우리가 갖고 있습니까?

천궁-Ⅱ의 발사 모습. LIG넥스원 제공

[기자]
있습니다. UAE에 이어 사우디까지 수출에 성공한 천궁-Ⅱ 요격미사일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사실은 탄도미사일 막는 요격체계 자체가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사드와 패트리엇이 있고, 우리나라의 천궁-Ⅱ와 개발 중인 L-SAM, 이스라엘의 애로우, 러시아 S-400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동에서 이스라엘 무기를 사는 건 말이 안 되고, 패트리엇 같은 미국 무기는 좋은데 가격이 좀 세요. 그리고 튀르키예처럼 S-400을 사면 미국에서 제재 받습니다. 그 틈을 우리가 잘 파고들어간 거죠.

원래 북한 탄도미사일 막으려고 만든 거라 성능도 괜찮고, 기술이전 등 지원도 많이 해줬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입니다.
"우리는 중동 지역 국가들과의 방산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단순한 일회성 판매자·구매자 관계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윈-윈 하는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다만 탄도미사일 위협을 받는 나라에다 방어체계를 팔아야 할 거 아니예요. 그게 대부분 중동과 동유럽 쪽이라서, 바꿔 말하면 시장도 그쪽으로 제한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3천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의 항해 모습. 해군 제공

[앵커]
여기까진 독보적인 어떤 거고, 애매한 분야도 있습니까?

[기자]
잠수함이 있습니다.

지금 폴란드, 캐나다, 필리핀에서 잠수함을 들이려고 하는데 아까 말씀드렸듯 폴란드는 독일 바로 옆에 있습니다. 독일은 재래식 잠수함 분야에서 세계 표준 같은 나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격이 저렴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래요.

다시 말해 우리가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필리핀은 지금 스페인과 프랑스, 우리 사이에서 열심히 저울질하고 있고요, 캐나다는 뭐가 좋은지 열심히 둘러보는 중입니다. 아직 요구성능도 결정 못했대요.

우리 잠수함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있긴 한데 그건 원래 핵보복 용도라서 큰 이점이 있는 건 아닙니다. 남들한테 없으면서도 누군가 필요한 이점을 가진 걸 만들어야겠죠?

해군 손원일함 초대 함장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입니다.
"여러 정치외교, 안보, 국제관계 등 변수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잠수함 그 자체입니다. 가격 경쟁력으로 가든지, 품질 우위로 가든지 해야 합니다. 경쟁사보다 경쟁 우위를 가진, 팔릴 수 있는 잠수함을 만들어야 합니다."

[앵커]
앞으로는 더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내실을 다져야만 방산시장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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