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41일 앞에 획정한 선거구, 언제까지 이 혼란 겪을 텐가
22대 총선 선거구가 선거 41일을 앞두고서야 확정됐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9일 본회의를 열고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했다. 선거구 ‘늑장 획정’은 4년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구태다. 입법기관의 법 위반일뿐더러 정치 신인들에게 불공정 경쟁을 강요하고,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악습이다. 여야 정치권은 자성하고,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선거구 획정안은 현행 국회 300석에서 비례대표(47석)를 1석 줄이고 지역구를 1석 늘린 것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이 10석인 전북 지역구 축소에 이의제기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획정안을 반대하자 국민의힘이 제안했다. 광역시도 간에도 인구 총수와 지역구 의석수 비례가 균일하지 않아 벌어진 줄다리기가 재연된 셈이다.
지역구 기득권을 위해 안 그래도 많지 않은 비례 의석은 더 축소됐다. 소선거제만으로 부족한 대표성·다양성을 보완하는 비례제도 취지에 비춰보면 퇴행이라 할 만하다. 거대 양당은 선거구 획정이 막힐 때마다 손쉬운 비례를 희생시키는 데 의기투합해 왔다. 17대 국회 56석이던 비례는 22대 국회에선 46석까지 줄게 됐다. 정략적 담합이라는 소수정당들의 비판은 타당하다.
선거구 획정 논의는 그간 정략과 기득권 지키기 구태가 점철된 여야의 직무유기가 되풀이됐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선거 1년 전으로 못 박고 있다. 이번에도 국회가 10개월 넘게 법을 위반한 셈이다. 그사이 유권자들은 선거구 경계와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정당 공천 등 선거전을 지켜봐야 했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은 얼굴과 공약을 알릴 기회를 제한당했다. 명백한 불공정 게임이다. 이 때문에 현역 기득권을 지키려는 고의적 ‘늑장 획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는 22대 국회에선 먼저 선거구 획정제도 개선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갈등이 적은 새 국회 초기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정해야 이 혼란을 끊을 수 있다. 개선 방안으로는 국회 밖에 중립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둬 선거구를 획정하고 시한도 못 박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고 시간을 끌면서 유권자와 정치 신인을 우롱하는 판이니 강제적 방안도 필요하다. 여야는 유권자를 무시하고 참정권을 방해하는 구태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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