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복귀 전공의 ‘대량 징계’ 갈등, 의·정 대화는 하세월인가
정부가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29일까지 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다수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지난 28일 오후 7시 기준 9076명(72.8%)이다. 일부 전공의가 복귀했지만 소수에 그쳤고, 이대로라면 의료 공백이 커질 수 있다. 다급해진 정부가 이날 전공의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단체문자를 보내고 만남을 제안했지만, 이 자리에도 몇몇 전공의들만 참석했다. 정부가 이날도 ‘의대 2000명 증원 원안 추진’을 재확인하자 전공의들의 반발 수위가 계속되는 측면은 있다. 그렇다고 의·정 간 대화 물꼬조차 열리지 않는 건 개탄스럽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첫 정상 근무일인 3월4일을 기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복귀 시한 전날엔 전공의 자택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송달했고, 그 전날엔 전공의 집단사직을 교사·방조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돌아오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에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에 대해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오는 3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대로 정부와 의사들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간다면 의료대란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중대 국면이다.
사태가 악화되면, 환자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피해를 받게 된다. 환자단체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10일째인 이날 첫 기자회견을 열고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라며 의사들의 복귀를 호소했다. 단체는 피해 사례를 공개하고 정부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환자 치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하며, ‘진료지원인력(PA간호사)’의 역할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과 싸우기도 힘든 환자들이 현행 의료체계를 걱정할 지경에 이르렀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간극을 좁히지 않고 있다. 증원 규모와 고령화·인구 감소 대응 등에 입장차가 큰 만큼 서로 한발씩 물러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옳다. 그러려면 정부도 한 해 2000명이란 숫자만 내세울 게 아니라 해마다 500명, 700명씩 단계적·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식도 고려해봄 직하다. 정부는 의료계·소비자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지속 가능하고 실효적인 의료개혁 그림을 그리길 바란다. 혹여 이번에도 의·정 갈등으로 환자들 고통만 키운 채 의료시스템 개혁이 헛되게 날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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