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시한 마지막 날, 전공의 대다수 거부 ...“3·1절 연휴 좀 더 지켜봐야”

김명지 기자 2024. 2. 2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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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공의 복귀 마감 시한 당일
정부 “대화 노력 기대 많이 안해”
전공의와 대화 4~5명 참석 추정
“필수의료 의사만 고통”
“3·1절 연휴 내 설득해야”
정부가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인 29일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본부에서 열린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과 전공의 사이의 대화에 한 전공의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최종 복귀 시한으로 통보한 29일 전국 수련병원에서 일부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다수는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의사들의 대치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3·1절 연휴 기간인 내달 3일까지가 이번 사태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했던 전공의들 가운데 294명이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9997명이 사직서를 내고, 이 중 9076명이 병원을 떠난 것을 감안하면 병원을 떠난 전공의 가운데 3% 정도만 복귀한 셈이다. 다만 근무지를 떠난 전공의는 전체의 72.8%로 전날인 27일(이탈률 73.1%)과 비교해 소폭 줄었다.

병원으로 복귀했다고 밝힌 한 필수의료과의 전공의는 “환자들과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에게 미안한 마음에 일단 복귀했다”면서도 “복귀율은 매우 저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화를 하자면서도 협상은 없다고 못박으니 대화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있기 전에도 필수의료 담당한 전공의들 10명 중 3명은 업무 포기를 고민해 왔다”며 “비난과 처벌 뿐인 상황에 염증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필수과를 살린다면서, 필수과 전공의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도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이번 사태를 보면, 필수과 전공의들이 피해를 보는 반면 미용성형으로 빠져나간 개원의들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직서를 내고 복귀하지 않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는 “정부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은 상황에서 진료 현장에 복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복귀할 예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0명을 못박고 윽박지르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도 말했다

정부가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인 29일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본부에서 열린 정부와 전공의 사이의 대화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왼쪽)과 한 전공의가 각각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정부가 마련한 전공의 대화의 자리에 직접 참석한 전공의 숫자는 4~5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전공의 설득이 불가능한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공청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전공의와의 간담회와 관련한 내용을 주고 받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이 메시지에서 박 차관은 ‘대화 노력은 기대를 많이 안 하는 게 맞는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복지부 장관과의 텔레그램을 통해 앞서 류옥하다 전공의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내용을 공유하며 전공의들과의 긴급 만남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날 전공의와 대화는 3시간 넘게 계속됐다. 박 차관은 이날 전공의와 대화 이후에 기자들과 만나 “정부 정책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고, 참석자 대부분이 빨리 이 사태가 조기에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소수지만, 응답했고, 소통이 있었다”라며 “한 명이라도 돌아오는데 도움이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진료 현장에서는 연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이 아직 뚜렷한 복귀 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는 데 부담을 느껴 막판 복귀를 고민하는 전공의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복귀 데드라인’이 이날 자정까지인만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 교수는 “연달아 공휴일과 주말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3월 3일까지는 각계에서 전공의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도, 정작 주 80시간을 최저임금 상황에서 일해 온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별다른 해법을 주지 않았다”며 “10년 동안 의사 1만명을 늘리려다가, 필수의료를 하겠다고 수련해온 전공의 1만명을 잃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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