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월 평균소득 502만원… 3.9% 늘었지만 살림살이는 ‘팍팍’
부모급여 등 공적이전소득 효과
실질소득 0.5%↑… 2분기 연속 상승
물가 감안 실질 근로소득 1.9%↓
실질 사업소득 5분기째 마이너스
고물가 여파 실질 소비지출 1.6%↑
고금리에 이자비용도 20%나 증가
하위 20%는 유일하게 소비 줄어
◆실질 근로·사업소득 ‘뒷걸음질’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은 502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3.9% 늘었다. 항목별로 근로소득이 316만7000원으로 1.5%, 사업소득은 103만5000원으로 1.6% 각각 증가했다. 이전소득은 67만1000원으로 17.7% 늘었다. 특히 정부가 제공한 공적이전소득의 상승폭이 20.2%에 달해 전년 동기(-6.2%)와 비교해 껑충 뛰었다. 생계·의료급여 재산 기준 완화, 기준 중위소득 인상 등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강화된 데다 부모급여 등이 지난해 새롭게 지급되면서다.
지출 품목별로 보면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32만4000원으로 9.5% 증가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그동안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탓에 주거·수도·광열 증가율이 높았는데 이번에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거나 월세 금액이 올라가는 등 실제 주거비가 오른 요인이 컸다”고 설명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40만9000원으로 2.4% 늘었지만, 물가가 더 크게 오른 탓에 실질소비지출은 3.9%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국내외 여행이 잦아지고, 물가 하락세 정체 등으로 생계비가 상승한 점이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1만원으로 전년 동기(120만9000원)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적이전소득이 가구 소득 증가세를 뒷받침했지만, 고금리·고물가에 지출도 그만큼 늘면서 가계살림은 사실상 나아진 게 없는 셈이다.
특히 소득 1분위는 유일하게 소비지출을 1.6% 줄인 것으로 나타나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서민층부터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보인다. 1분위는 특히 교육 지출을 52.4%나 줄였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와 주류·담배 지출도 각각 14.6%, 11.4% 덜 썼다. 이에 반해 5분위(상위 20) 가구는 고물가에도 지갑을 활짝 열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491만2000원으로 7.9% 증가, 평균(5.1%)을 훨씬 웃돌았다. 아울러 공적이전소득 증가폭이 5분위는 55.3%에 달했지만 1분위는 10.1%에 그쳐 격차가 컸다.
분배지표는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2022년 4분기(5.53배)보다 0.23배포인트 낮아졌다. 이 수치는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낮을수록 분배지표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한편,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월 물가상승률은 1월(2.8%)보다 상승폭이 커지면서 3%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며 “농산물·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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