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찰구 너머 "혹시 당근?"은 옛일…당근거래 ‘핫플’된 지하철역 왜? [뉴스+]

이규희 입력 2024. 2. 29. 18:43 수정 2024. 2. 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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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고수'를 자처하는 직장인 이수진(32)씨는 주 1∼2회꼴로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을 통해 물건을 사고판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씨는 집 주변 또는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서 물건 판매·구매자와 만나 거래하곤 한다.

29일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차 후 재승차 제도를 본격 시행한 이래 지하철역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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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 후 무료 재승차’ 시행 이후
역사 인근 직거래 선호 높아져
“개찰구 빠져나가 마음 편히 거래
먹튀 방지·하자 확인까지 가능”
이전엔 중고거래 비상문 실랑이
역무원들도 “고충 한결 덜었다”

‘중고거래 고수’를 자처하는 직장인 이수진(32)씨는 주 1∼2회꼴로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을 통해 물건을 사고판다. 최근 이씨가 가장 즐겨찾는 거래 장소는 지하철역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씨는 집 주변 또는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서 물건 판매·구매자와 만나 거래하곤 한다.

이씨가 지하철역을 거래 장소로 삼은 계기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하차 후 무료 재승차’ 제도가 결정적이었다. 제도 시행 이전엔 지하철역에서 거래하려면 거래 상대방이 돌아가는 교통비를 절약하도록 배려하고자 개찰구를 사이에 두고 상품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상품의 질을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고 상대방이 돈만 받고 도망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늘 불안한 마음이었다.

사진=뉴스1
서울의 지하철역이 ‘중고거래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29일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차 후 재승차 제도를 본격 시행한 이래 지하철역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공사가 지난해 10월 무료 재승차 시간을 10분에서 15분으로 늘린 후에는 시간적 여유가 보장되면서 거래가 더욱 활성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 시행 이전엔 지하철 승객이 화장실 등을 이용하려 개찰구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 해도 재승차에 해당돼 기본운임이 추가로 부과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인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일 평균 3만9000여명이 하차 후 무료 재승차 제도의 혜택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공사 관계자는 “15분 내 무료 재승차가 가능해진 뒤 역사 전반의 중고거래가 활성화하는 모양새”라며 “지하철이 공공장소이고,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 때문에 오프라인 거래 장소로 더욱 각광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거래장소로의 이동이 편리하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당근족’들도 같은 생각이다. 이씨는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개찰구 너머로 판매자에게 상품을 받을 때 시간을 끄는 게 신경 쓰여 하자 여부 등을 꼼꼼히 살피기가 어려웠는데, 이젠 께름칙한 느낌이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무료 재승차 시행 후 택배가 아닌 직거래를 다시 이용하고 있다는 대학원생 백민희(28)씨는 “중고사기 걱정 때문에 택배가 아닌 대면 거래를 선호하지만, 지난해 ‘묻지마 범죄’가 잇따른 뒤엔 낯선 사람과 만나는 게 안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피하게 됐다”며 “지하철은 사람도 많고, CCTV도 많아서 대면 거래를 다시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역무원들도 근심을 한결 덜었다. 2호선의 한 역사에서 근무하는 공사 직원 장모씨는 “제도 시행 이전에는 ‘중고거래만 하고 올 테니 비상문을 열어달라’고 호출하는 승객이 심심찮았는데, 엄연히 무임승차에 해당해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괜한 실랑이를 벌일 일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역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자 공사는 당근 측에 함께 ‘안심거래존’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양측은 만나서 토론까지 했지만 결국 성사되진 않았다고 한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 자체적으로 안심거래존을 만들까도 검토했지만, 철도 안전을 위한 CCTV가 개인 간 거래를 비추는 게 적절치 않고, 안심존에서 한 거래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현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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