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기자생활] 다른 목소리의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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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어이없게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처럼 됐어요."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김동은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가 들려준 의사 사회 분위기다.
김 교수는 "의사 집단 안에서 증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전공의나 의대생을 향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다. 그 압박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의사 사회가 폐쇄적이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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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희 | 인구복지팀 기자
“당연히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어이없게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처럼 됐어요.”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김동은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가 들려준 의사 사회 분위기다. 김 교수는 “의사 집단 안에서 증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전공의나 의대생을 향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다. 그 압박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실제 취재 현장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인턴·레지던트)나 의대생을 어렵게 만나도 이들은 한결같이 익명 인터뷰를 원했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들어 다른 목소리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정부가 2천명 증원 계획을 밝히기 전인 지난 1월9일 적정 증원 규모를 350명으로 제안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휴학이 이어진 2월25일에도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소속 교수의 24.9%(201명 중 50명)가 ‘500명 증원이 적정하다’는 데 답했다고 밝혔다.
증원에 동의하는 의사라도 그 규모에 대한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지역까지 의사를 보내려면 2천명 증원으로도 부족하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해 1천명 이하부터 시작해 점차 늘려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의사 집단 안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거나 전혀 대변되지 않는 실정이다. 의사 사회가 폐쇄적이어서일까.
정부가 의사 증원 논의를 시작한 때는 2022년 12월이다. 보건복지부는 교육부 요청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렸다. 2천명 증원 규모가 공개된 건 그로부터 1년이 지나서였다. 정부가 그새 구체적인 증원 규모까진 아니더라도, 부족하다고 판단한 의사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했다면 어땠을까. 2035년이 되면 의사 1만5천명이 부족해지리라는 보고서 3개가 나온 시점은 각각 2020년 10월과 11월, 지난해 2월이었다. 정부가 서둘렀다면 늘어난 의사를 어떻게 교육하고, 어느 지역, 어떤 진료과목에 배치할지에 대해 더 많은 토론과 합의가 가능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한국 사회는 앞서 2020년에도 의대 증원 논의가 무산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의사가 부족한 의료 취약지를 고려한 지역의사제 도입이나, 공공의료 전문가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법률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한 채 국회에 잠들어 있다. 신창환 경북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난 1월 정책분석평가학회보에 실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입안의 실패 요인’이란 논문에서 “정부가 의료계 내 다양한 이익집단과의 협상에서 정책 의제 설정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며 “의료 서비스 이용자인 일반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소통 구조가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향해 연일 엄포만 놓을 뿐 여전히 이런 지적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관련 수업도 없는데,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방문의료 하겠다는 의사가 나올까요?” 방문의료 의사를 꿈꾸는 한 의대생 이야기다. ‘2천명 증원’과 ‘증원 불가’로 나뉘어 정부와 의사단체가 ‘강 대 강’으로 맞붙는 사이, 이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이런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으면 한다.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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