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사단체 충돌, 그 사이에 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난감
제한 없애고 전면 허용으로 전환
하루이용자 수 2배 단숨에 증가
의사·2차병원 제휴 확대 필요해
플랫폼사들 "영업 나서기 눈치"
2월 29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 이후 이용자는 평시 대비 1.5배에서 2배 가량 증가했다.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 이후 이용자가 현저히 증가했다"며 "업체마다 다르지만 일평균 진료 건수가 1500건 내외였는데 현재는 2250건~3000건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을 개정하고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그간 의료취약지인 경우 혹은 주말·공휴일에만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지만, 규제를 풀면서 초진이거나 의료취약지가 아닌 곳에서도 평일에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집단사직 여파로 병원급에서 감당하지 못한 경증 환자들이 의원급으로 넘어오면서 비대면 진료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확대한 23일 굿닥·나만의닥터·닥터나우·솔닥 비대면 진료 플랫폼 4개사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 합계는 7만2850명으로 전날 4만9143명 대비 48% 증가했다. 특히 굿닥의 DAU는 22일 6830명에서 23일 2만427명으로 199%, 같은 기간 닥터나우의 DAU는 1만7621명에서 2만4574명으로 39.5% 급증했다.
지난 24~25일 주말에도 4개사의 DAU 합계는 각각 5만9010명, 5만1064명으로 5만명대를 유지했다. 2월 첫째 주 주말, 4개사의 DAU 합계가 각각 4만1189명, 4만5920명임을 고려하면 한 달 새 약 2만명의 이용자가 유입된 셈이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업계는 이용자들이 의료기관에서 상시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는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24시간 내내 가능하다'는 공지를 띄우고, 모든 사용자가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굿닥은 실시간 진료 연결이 어려울 경우 사용자가 진료대기를 신청하면 진료 가능한 의사가 역으로 고객에게 진료를 요청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상황이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마냥 반기기는 어렵다는 게 비대면 진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비대면 진료 주체는 의사인 데다 이번 조치 역시 한시적인 전면 허용으로 정책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한 비대면 진료 업체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 입장이 엄청나게 애매하다"며 "정부가 비대면 진료 지침을 결정하므로 정부 눈치도 봐야 하고 일종의 영업 대상인 의사 눈치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전히 비대면 진료 대다수가 의원급에서 시행된다는 점, 약 배송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업계엔 한계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전면 허용된 배경이 어떻든 간에 현재 비대면 진료는 대부분 의원급에서 시행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약 배송 제한 문제 역시 해결이 안 된 상태로 전면 허용된 탓에 약 수령 과정에서 불편함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용자 수가 많아진다고 해도 무작정 좋아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현재 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 지침에 따라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협조하고 수요가 발생하는 환자들에겐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연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나만의닥터 공동대표)은 "상황을 잘 모니터링하면서 정부 지침에 맞게 서비스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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