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작가들 "일반 직원은 다면평가인데...근무 평가마저 차별"
MBC차별없는노조 "일방적 근무 평가 계속된다면 부당한 일 당해도 목소리 내는데 주저하게 될 것"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MBC가 '무늬만 프리랜서'임을 인정받고 근로계약한 방송작가들에게 급여와 연동되는 일방 인사평가를 적용해 반발을 사고 있다. MBC는 다른 일반직 직원들에게는 상향·수평 등 다면 근무평가를 적용하는 한편 이를 급여에 반영하지 않는다.
MBC 방송작가들이 모인 'MBC차별없는노동조합'은 지난 28일 노조 게시판에 “'차별' 근무평가를 멈춰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명분은 급여 인상, 실상은 노동자 옥죄기”라며 “일방적인 상하 평가, 급여와 연동된 근무 평가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MBC차별없는노조에 따르면 MBC는 지난달 23일 방송지원직 작가들을 대상으로 근무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MBC는 공지 이메일을 통해 각 방송작가에게 스스로에 대한 평가신고서를 지난달 26일까지 제출하라고 밝히면서 이를 기반으로 팀장(1차)-국장(2차) 평가를 거쳐 등급을 부여한다고 알렸다.
MBC차별없는노조가 조합원들의 업무 환경과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해온 상황에서 MBC는 지난해 근무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임금 조정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MBC차별없는노조는 “문제는 근무평가마저 차별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MBC가 일반 직원들에게는 상향평가와 동료평가를 포함한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것과 달리 방송지원직 작가들에게는 하향 근무평가만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는 동료나 상급자는 평가할 수가 없고 일방적으로 위에서 평가만 받는 위치인 것”이라고 했다.
MBC차별없는노조는 상대평가를 거쳐 급여에 차등을 두는 정책도 비판했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방송지원직만 급여의 차등을 두는 인사 평가를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기자와 PD들은 호봉제여서 급여 인상이 근무 평가 결과와 무관하지만 방송지원직은 곧바로 급여에 반영됐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MBC는 작가들을 S-A-B-C로 등급을 배분한 뒤 이에 따라 0.5~3.5% 급여 인상률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조합원 A씨는 원고 작성 개수 등을 기준으로, 함께 일하는 호봉직 기자들과 비교한 평가를 거쳐 B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평가 대상이 아닌 호봉직과 비교하는 건 이치가 안 맞는 데다, 팀장의 허락이 있어야만 원고를 쓸 수 있는 시기가 포함돼 있어 원고 개수가 평가에 들어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MBC차별없는노조는 MBC의 계획 발표 직후 거부 입장을 밝힌 공문을 보냈지만 이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회사가 '평가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대로 평가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제안에 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적인 인사 평가의 효과는 확실하게 나타났다. 조합원들의 심리는 위축됐다. 이와 같은 일방적인 근무 평가가 계속 진행된다면 향후 부당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MBC 사측 관계자는 일반직 직원들에게는 다면평가를 하는 것이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상향·동료 다면평가를 하고 있는 게 맞다. 앞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노조의 성명에 대해선 “회사는 취업규칙 등 사규에서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다양한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에 대해서도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MBC는 2021~2022년 '프리랜서'로 써온 방송작가들이 해고 뒤 법적 다툼과 근로감독 결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 받자 지난해 초 별도 직군인 방송지원직을 신설했다. 이에 몇몇 방송작가들이 노조를 결성해 급여와 복리후생 등 차별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여러 차례 문제 제기 끝에 최근 회사는 업무용 PC 지급, 업무용 통신요금 지원, 사원대출을 지원해줬다. 임금에 가장 영향을 주는 상여금 지급과 호봉제 전환 등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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