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탈북민 80명 중 17명 염색체 변형…“입증 안되나 핵실험 때문일수도”

신규진 기자 2024. 2. 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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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에 거주했던 탈북민 80명에 대한 방사선 피폭 조사 결과 17명의 피검자에게서 기준치 이상의 염색체 변형이 발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차 핵실험 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지역 거주 이력이 있는 탈북민 80명 중 방사선 피폭을 평가하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인 0.25Gy(그레이) 이상의 선량값이 측정된 탈북민은 1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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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에 거주했던 탈북민 80명에 대한 방사선 피폭 조사 결과 17명의 피검자에게서 기준치 이상의 염색체 변형이 발견됐다. 다만 정부는 이들이 “핵실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면서도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흡연, 고령 등이 염색체 변형의 원인일 수 있어 핵실험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9일 통일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2023년 남북하나재단 검진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차 핵실험 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지역 거주 이력이 있는 탈북민 80명 중 방사선 피폭을 평가하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인 0.25Gy(그레이) 이상의 선량값이 측정된 탈북민은 17명이었다. 세포 1000개에서 염색체 이상이 7개 이상 나타나 방사선 피폭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것. 다만 17명 가운데 2명은 탈북 이후 2016년 같은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 미만의 결과가 나온 바 있어 의학원은 총 15명이 북한에서의 방사선 노출로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검사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남북하나재단의 위탁을 받아 실시했다.

하지만 의학원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조사 결과와 핵실험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하지 않았다. 의학원 관계자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 결과는 핵실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연령, 음주력, 흡연, 화학물질 등 교란변수에 의해서도 영향 받을 수 있다. 개별 원인들이 미치는 영향력 비중을 특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최신의 신체 방사능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방사능 오염 검사에서 유의미한 측정값을 보인 탈북민은 없었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 핵실험과 방사선 피폭 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향후 조사에서 한계점 등을 보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가장 최근 이뤄진 핵실험 이후 탈북한 피검자가 적을수록 이상 수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피검자는 80명 중 5명에 불과했다”면서 “최근 탈북한 분들을 더 많이 조사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이 인근 주민에게 미친 영향을 좀 더 과학적으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피검자를 확보하고 입국 후 이른 시간에 검사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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