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썩는데 '뺑뺑이' 말기 암 환자 결국…

구석찬 기자 2024. 2.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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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대학병원 한 곳서 받아줘…끝내 패혈증으로 숨져
유족 "의사 선생님들, 그만 현장에 돌아와 주시길…"
JTBC가 '응급실 뺑뺑이' 피해 사례로 보도했던 91세 말기 암 환자가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다닌 지 닷새 만에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피부가 썩고 쇼크가 동반되면서 패혈증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아들은 나흘 동안 '응급실 뺑뺑이'를 하는 바람에 적기 치료를 놓친 탓이라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런 피해 더 반복되지 않도록 의사들에게 이제라도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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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피부는 벗겨지고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아파서 신음하고 몸부림쳤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주삿바늘) 뽑으면 안 됩니다. 아버지, 뽑으면 안 됩니다. 간지러워도 참으세요.]

91살 말기 암 환자 정기홍 씨, 지난 13일부터 피부가 썩어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나흘 동안 대학병원 5곳이 진료 거부했습니다.

[구급차 기사 : 응급환자셨는데 파업 때문에 안된다, 전공의가 없다, 그냥 요양병원 가서 주사 맞으면 된다.]

[정철호 / 아들 : 추운 데서 20분, 30분 기다렸어요. 입구에서 아버지는 춥다고 덜덜 떨고 그러는데 그것도 안 넣어주더라고…]

닷새째인 지난 23일 오후에야 대학 병원 한 군데서 받아 줬습니다.

하지만 늦었습니다.

쇼크가 오면서 패혈증 진단을 받고 숨졌습니다.

나흘만입니다.

[정철호 / 아들 : 아프다, 죽고 싶다, 이게 유언이었습니다.]

오히려 영정사진 속 표정이 평온합니다.

받아줄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이 아버지가 겪었을 고통이 마음 아픕니다.

아들은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정철호 / 아들 : 주사도 좀 맞고 회복하고 했으면 의사 처방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무참히 돌아가시지는 않았다.]

각자 이유와 대의가 있겠지만, 환자들은 의사가 필요합니다.

[정철호 / 아들 : 의사 선생님들도 물론 다른 내용이 있겠지만 좀 돌아와 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들이 울고 있는 시간에도 TV에선 의사와 정부의 힘겨루기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취재 : 구석찬
촬영 : 조선옥
편집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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