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3.5% 오를때 도봉 6% 떨어져 …'주거 사다리' 끊길판
전국 부동산시장 3년째 침체
작년 서울 아파트도 2% 하락
강남·서초·송파 나홀로 상승
서울 상하위 20% 격차 커져
15억 이상 대출규제 풀리며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 폭발
◆ 부동산시장 양극화 ◆
경기 광교신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모씨는 지난해 광교 아파트를 팔고 서울 송파 대단지 아파트로 갈아탔다. 기존 집을 팔고 7억원을 더 얹으면 20평대로는 갈 수 있었다. 남편은 "무리한 영끌을 하지 말자"고 만류했다. 하지만 박씨는 "교육이나 자산 증식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강남으로 가는 게 맞다"며 갈아타기를 감행했다. 원래는 금지됐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풀린 점도 영향을 줬다. 박씨는 "집 평수를 줄였고 5억원 대출도 생겼다. 그래도 요즘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3년째 침체를 겪고 있다. 거래량이 반 토막 나고 청약 시장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한다. 그런데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강남 3구는 예외다. 지난해 강남 3구는 부동산 빙하기 속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상승했다. 갈아타기 수요가 강남으로 몰리면서 집값이 재빨리 반등한 것이다. 강남 3구 이외 지역에는 급매가 쌓이고 있다. 거래가 안 돼 매물이 쌓이니 가격이 오를 수 없다.
그러나 강남은 다르다. 고금리나 역전세를 견디지 못한 급매 매물이 재빨리 소진되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전고점에 다다르고 있다. 실수요자가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면서 국내 부동산 거주지의 고가 시장인 강남만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매매 변동률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는 2.03% 하락했다. 그런데 자치구별로 보면 얘기가 다르다. 강남 3구는 상승했다. 송파는 3.52%, 강남은 0.74%, 서초는 0.73% 등 강남 3구만 나란히 상승했다. 반면 강서, 도봉, 금천은 5~6% 빠졌다.
강남 아파트는 2021~2022년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올랐을 때 기록한 전고점을 거의 회복했다.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1월 20억원에 거래돼 전고점(22억~23억원)의 86% 수준까지 올라왔다. 반면 서울 노원 상계주공6단지 전용 59㎡는 현재 6억원대에 거래되는데 이는 전고점(9억원)의 66%에 불과하다.
서울 동작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급지로 갈아타는 시기는 상승기보다 하락기다. 이쪽(동작)을 급하게 처분해서 팔고, 좀 무리해서 저쪽(반포)으로 넘어간 분이 많다"고 전했다.
강남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반등하고 그 외 지역은 계속 하락하면서 격차가 벌어지자 강남 입성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30대 직장인 양 모씨는 "잠실 갈아타기가 목표지만 자금이 안 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집 오르는 속도보다 강남이 더 빨리 오르니 이제 강남 입성의 꿈은 접어야 할 것 같다"고 서글퍼했다.
우리나라 상위 20% 서울 아파트 가격은 24억6000만원. 연봉 5000만원 봉급자가 49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가능하다. 20대 회사원 이 모씨는 "다른 곳들보다 강남만 더 빠르게 오르다 보니 허탈하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해서 강남에 살 수 있다는 스토리는 이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강남 3구 수요를 촉진한 데는 15억원 대출 규제가 완화된 영향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대출이 안 나오니 전액을 현금으로 사야 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2022년 12월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주담대를 허용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50%가 적용됐다. 예를 들어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최대 7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가 아파트일수록 대출 영향을 많이 받는다.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살 수 있는 자산은 대부분 강남에 몰려 있다. 그동안은 사고 싶어도 못 샀는데, 15억원 초과 대출이 풀리면서 고가 주택 수요가 폭발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는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탔다.
다주택에서 송파구 시세 20억원 아파트 1주택으로 정리한 김 모씨는 "다주택을 해보니 기존 집을 팔기 어렵고, 임대차법도 힘들며, 세금도 무서워서 이참에 한 채로 정리했다. 똘똘한 한 채면 강남밖에 더 있느냐"면서 "집을 다 처분하니까 아주 속이 시원하다"고 전했다.
강남 3구만 집값이 오르는 까닭에 비강남 아파트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4.9배였다. 2022년만 해도 4.2배였는데 지난해 4.6배로 확대되더니 올해 더 올랐다. 5분위 배율은 서울 아파트 상위 20%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 평균 매매가격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숫자가 커질수록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간 격차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상위 20%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4억6000만원으로 2년 전보다 6000만원가량 올랐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는 같은 기간 5억7000만원에서 4억9000만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자산가나 중산층이 살고 싶어하는 고급 주거단지를 경기도 신도시에 형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병원과 쇼핑·문화시설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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