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증류식 소주' 전쟁 … 롯데도 참전

화요·일품진로 양강 체제에
롯데 여울 도전 '3파전' 촉각
'양보다 질' 음주문화 변화
도수 높은 고급주 급성장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롯데칠성음료의 여울, 광주요그룹의 화요가 진열돼 있다. 롯데칠성음료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시장에서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새로운 증류식 소주인 '여울'을 내놓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증류식 소주시장은 화요와 일품진로라는 양강체제를 구축했는데 롯데가 철수 3년 만에 '입 안에 흐르는 향긋한 여운'이란 의미의 여울 브랜드를 새로 출시한 것이다. 롯데는 2021년 증류식 소주 '대장부' 생산을 중단한 지 3년 만에 프리미엄 소주시장에 재진입한 셈이다.

'여울'은 최적의 비율로 국산 쌀을 도정해 상온에서 단기간 2단 발효 과정을 거쳐 은은하고 향긋한 풍미를 살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최근 증류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직접 마시거나 칵테일 등 다양한 용도로 음용 가능한 증류식 소주인 여울을 선보이게 됐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화요는 고도주 프리미엄 제품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스테디셀러인 화요25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쌀베니'라 불리는 '화요X.Premium'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세계 최고 위스키를 선정하는 '월드 위스키 어워즈 2023'을 수상했으며 곡물로 만든 위스키 부문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9년 유럽연합(EU)이 법을 개정해 맥아류 외 곡물로 만든 제품도 위스키로 인정함에 따라 이 상품이 쌀로 만든 첫 한국산 위스키가 된 것이다. 100% 국내산 쌀을 원료로 해 화요의 특화된 발효기술과 증류공법으로 제조한 증류 원액을 오크통에서 장기간 숙성시킨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일품진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증류식 소주 매출은 2021년 대비 81% 성장했다. 일품진로 외에 지난해 창사 99주년을 맞아 출시한 '일품진로 오크43' '진로 1924 헤리티지'가 대표적이다. 일품진로 오크43은 12년간 목통에서 숙성시킨 원액을 첨가한 알코올 도수 43도의 로열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이고, 진로 1924 헤리티지는 일반 증류식 소주의 단일 방식 대신 두 번을 더해 총 세 차례 증류를 거쳐 최고 순도의 정수만을 담았다.

희석식 소주에 밀려 국내 주류시장에서 변방으로 취급받던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똘똘한' 술 1병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주류시장을 뒤흔든 위스키 열풍으로 그동안 비싸다고 여겨진 증류식 소주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낮아진 데다 연예인들이 증류식 소주를 홍보하고 나선 것도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싸게 많이 마시던 음주문화가 더 맛있게 마시고 음식과 함께 즐기는 트렌드로 바뀌면서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스키 등 고급 주류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도 증류식 소주에 대한 인기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증류식 소주시장 성장세는 출고량에서도 드러났다. 국세청 주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4905㎘를 기록해 전년(2480㎘)보다 97.7% 급증했다. 출고금액도 2022년 약 1412억원으로 전년(646억원) 대미 2배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아직 집계되지 않은 지난해에도 증가 추세를 지속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안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