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버리고 복귀 시한 어긴 전공의 … 엄중히 책임 물어야 [사설]

정부는 그간 전공의들이 환자를 버리고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을 이탈하는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관용을 베풀려고 했다. 29일까지 병원으로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심지어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도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의 명령과 환자의 호소를 거부했다.

정부가 복귀 시한으로 정한 29일까지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게는 엄중한 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100개 주요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9076명의 이탈자 중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막는 게 환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인가. 환자 치료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우선시한 이런 행태에 관용은 사치다.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 정지를 비롯한 응분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잔혹함이 습관이 되면 동정심은 모두 메마른다"고 했는데, 의사들의 파업이 딱 그런 경우다. 환자를 버리는 파업은 분명 잔혹한 일인데도 습관이 됐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는 파업으로 의대 정원을 줄였고, 2014년에는 비대면 진료 확대를 좌초시켰으며, 2020년에는 의대 증원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이렇게 파업으로 기득권을 지키면서 환자의 고통에는 둔감해진 것이다. 오죽했으면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 회장이 병원을 이탈한 의사들을 향해 "조직폭력배보다 더한 집단"이라고 분노했겠는가. 의사들의 잔혹한 파업 습관을 근절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설치된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 센터'에는 전공의 파업 이후 환자 피해가 300건 이상 신고됐다. 임신부가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해 아기를 유산했다거나, 투석 환자가 수술 지연으로 심장에 무리가 생겨 사망했다는 신고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불행이 전공의 파업 때문으로 확인된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예외 없이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의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