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돌아온 김유진 위원 “행방불명 ‘류 위원장 청부민원 안건’ 되찾을 것”
“방심위원장 ‘청부민원’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고, 합의제 기구의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저를 방심위에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앞장 서서 문제를 제기하다 쫓겨난 김유진 방심위원(53)은 법정에서 해촉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은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다 지난달 방심위원에서 해촉됐다. 그리고 야당 추천 위원들이 밀려나 자리를 비운 방심위 회의장에선 류 위원장 청부민원 의혹에 관한 논의가 사라져 버렸다.
법원의 결정으로 41일 만에 방심위로 돌아온 김 위원을 2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김 위원은 “방심위라는 공적인 조직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제의된 안건이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돌아가면 행방불명이 된 류 위원장 청부민원 진상 규명 안건부터 문제 제기를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 판사)는 김 위원이 낸 해촉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윤석열 대통령 재가한 방심위원 해촉이 법원에서 뒤집힌 첫 사례다.
재판부는 김 위원의 해촉 사유가 부당하며 류 위원장 청부 민원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할 측면도 있다”라고 밝혔다. 청부 민원이 사실이라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봤다. 김 위원은 “류 위원장이 소수 야당 추천 위원의 문제 제기도 참지 못해 ‘입틀막’을 하려 무리한 해촉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청부민원 의혹을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지도, 기록하지도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 위원의 복귀로 ‘대통령 추천 몫’ 방심위원은 정원 초과 상태가 됐다. 지난 정부서 위촉한 김 위원과 옥시찬 전 위원이 해촉된 후 윤석열 대통령 추천 몫으로 이정옥·문재완 방심위원이 위촉됐다. 김 위원이 해촉된 동안 방심위 심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보도는 ‘신속심의’가 진행됐고, 윤 대통령 관련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에는 과징금이 부과됐다. 정치 심의, 표적 심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 위원은 “대통령, 김건희 여사, 여당 대표, 일본 등에 관련된 보도가 집중 제재를 받았다”라며 “방심위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김 위원은 자신의 해촉 기간 동안 이뤄진 방심위 의결들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촉이 부당하다는 결정으로 (이후 신임 위원) 위촉 자체가 정당성을 잃었다”라며 “이 상태서 이뤄진 과잉 제재에 방송사가 행정 소송을 했을 때 절차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심위의 심의 과정에서 ‘토론’이 사라졌다고도 지적했다. 김 위원은 “자의적일 수 있는 심의 기준을 적용할 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위원이 토론과 합의로 결론을 내리라는 게 제도의 취지”라며 “지금 방심위는 위원들이 돌아가며 제재 수위를 이야기하고 다수가 밀어붙여서 수위를 결정해버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 추천이 더욱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지금처럼 편법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파행으로 갈 수 있다”라며 “심의 제도에 있어서 토론과 합의라는 근본 정신을 되살리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방심위 복귀 후 김 위원의 첫 과제는 ‘류 위원장 청부민원 의혹’ 진상 규명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개인정보 유출’로 정리되면 위원들이 자기가 심의하고 싶은 것을 표적 삼아서 지인에게 심의를 청부하더라도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의 임기는 5기 방심위 임기가 끝나는 오는 7월 22일까지다. 김 위원은 “이번 결정은 현 정부의 언론 통제에 의미 있는 경고”라며 “재판부에서 밝힌 소신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2272112035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2271606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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