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대표팀 갈등 언급… "내가 회초리 맞아야"

차범근 전 감독이 한국 축구계 문화 차이를 언급하며 학부모와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는 차 전 감독. /사진=뉴스1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불거진 대표팀 내 다툼을 언급하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차 전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지난 1988년 시작 차범근 축구상은 한국 축구 유망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최태욱, 박지성, 기성용, 황희찬 등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차범근 축구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 참여한 차 전 감독은 "오늘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루"라며 말문을 열었다. 차 전 감독은 "오늘 축구 선수들을 키우는 학부모들과 무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논란이 됐던 카타르아시안컵 기간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차 전 감독은 "최근 많은 선수가 유럽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을 잘 풀어야 한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우려에도 적극적으로 교육할 생각을 안 하고 뒤로 물러나 쉬어도 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몹시 부끄러운 생각"이라고 자책했다.

차 전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볐던 경험을 토대로 "유럽에서는 선배와 후배, 어른의 개념 없이 모두가 동료라는 생각이 있다"며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나타내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유럽 축구계 문화를 설명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경험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닮아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한국 축구는 동서양 문화 차이와 함께 세대 간 간극까지 더해진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어린 세대들은 동양에서 강조하는 겸손과 희생이 촌스럽고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차 전 감독은 "하지만 이런 인간관계가 유럽에서 성공한 나와 박지성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차 전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 이강인이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지난 사태를 언급했다. 이어 "이강인의 부모님과 내가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부모와 지도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이 주장이어서 다행"이라며 사태를 잘 마무리한 축구대표팀 주장을 칭찬했다.

최문혁 기자 moonh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