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한다면 '이것' 보장받아라" 전공의 선배들의 당부

정심교 기자 2024. 2. 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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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29일까지 복귀하면 그간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해왔다. 만약 이날까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무더기 면허정지와 사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2024.2.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전공의 단체 대표를 맡아온 15명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여러분이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노동가치의 저평가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는 정부가 조성해 온 환경 속에서 맞은 파경"이라고 규정했다. 또 병원과 재계약하게 된다면 노동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라고 당부했다. 복귀를 망설이는 전공의들을 위해 조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대 회장 15명은 29일 '전공의와 정부에게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보도문을 내고 "왜 여러분(전공의)은 여러분의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라며 "지나치게 과도한 근무조건과 이를 보상해 주지 못하는 임금, 통계적으로 누군가는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민·형사적 위험성, 그리고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공의협의회장을 역임하며 모순투성이 수련병원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는 작금의 현실 앞에 과거 전공의와 현재 전공의에게 미안함과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해 화살을 돌렸다. 이들은 "정부는 여러분이 꿈을 갖고 입사한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유가 총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의대 정원 증원이 이런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개선시킬 수 없음을"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이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국민은 헌법상 부여된 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고, 모든 노동자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익을 위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발언(27일)에 대해 날을 세웠다. "정부는 여러분이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3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조차 없다고 말한다"면서 "생명을 되살리는 일이 고귀하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 일을 개인의 자유의사를 넘어서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전공의들의 노동 가치를 저평가 상태로 있도록 했고, 저평가의 정상화를 위한 기전을 법률로 제한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의료는 전공의의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만약 여러분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재계약한다면 여러분이 제공하는 노동에 합당한 가치를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보장받은 가치를 유지하며 더 개선할 수밖에 없게끔 하게 하는 여러 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29일까지 복귀하면 그간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해왔다. 만약 이날까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무더기 면허정지와 사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2024.2.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이들은 △의사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하는 노동3권을 보장할 것 △개별 단위 의료기관에서 교육부 인가 교원을 제외한 모든 의사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조 설립과 노조 전임자 임용 강제화를 보장할 것 △정부 정책에서 전공의의 주장이 우선 반영되도록 의사 노동 정책과를 신설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들은 정부를 향해 "현행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에서 의사 노동자에 대한 진정한 사측은 정부 측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며 "정부는 말로만 국민의 생명권을 말하고 의사 노동자에게는 헌법상 가치에 반하는 명령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 재정을 적재적소에 즉시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말하는 수가 인상은 '병원'에 대한 보상이지 '의사 노동자'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또 의사 노동자가 노동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적절한 보상을 즉시, 지속해서 현실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보도문에 이름을 올린 대표단은 △대한전공의협의회 4기 회장 류효섭 △6기 수석대표 서정성 △6기 공동대표 최창민 △7기 회장 임동권 △8기 회장 김대성 △9기 회장 이혁 △10기 회장 이학승 △12기 회장 정승진 △13기 회장 이원용 △16기 회장 경문배 △18,19기 회장 송명제 △22기 회장 이승우 △23기 회장 박지현 △24기 회장 한재민 △25기 회장 여한솔 등이다.

한편 이 보도문을 배포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상기 문건의 내용은 대한전공의협의회 역대 회장들의 의견이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문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확실히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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