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청부민원’ 뭉개던 권익위…뒤늦게 조사 착수

박강수 기자 2024. 2. 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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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과 관련해 최초 신고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가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신고를 받은 지 두 달 가까이 업무 분장 등을 핑계로 조사를 미루며 사건 종결 방침까지 시사했으나, 신고자 쪽에서 '직무유기'라며 반발하자 태도를 바꿨다.

공익신고자 쪽 변호인단은 지난 1일 권익위에 의견서를 보내 "업무 관할을 이유로 이 사건 신고를 종결 처리하는 것은 법치주의 위반이자 직무유기"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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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공익신고자 변호인단, 추가 자료 제출
법원도 의혹제기 공익성 인정…조사 영향 ‘주목’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서울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제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과 관련해 최초 신고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가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신고를 받은 지 두 달 가까이 업무 분장 등을 핑계로 조사를 미루며 사건 종결 방침까지 시사했으나, 신고자 쪽에서 ‘직무유기’라며 반발하자 태도를 바꿨다. 최근 법원에서 ‘청부 민원’의 부당함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린 만큼 권익위의 향후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류 위원장을 고발한 신고자 쪽 변호인단은 29일 권익위에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 내용은 ‘류희림 위원장과 민원인 사이 사적 이해관계 입증 근거’, ‘신고 이후 공익제보자가 받은 불이익 조치’ 등이다. 이는 모두 권익위의 보완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간 “정당한 이유 없이 공익신고를 뭉개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권익위는 신고 60여일 만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며 조사를 개시했다.

‘청부 민원’ 의혹은 지난해 12월23일 방심위 내부고발자가 권익위에 익명으로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신고자는 류 위원장의 가족·친인척·지인 등이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보도에 대해 유사한 양식과 내용으로 다수 민원을 넣었고, 방심위 사무처가 이에 대해 보고했음에도 류 위원장이 관련 안건 심의·의결에 참여하여 이해충돌방지법과 방심위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류 위원장이 이 사안을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하며 제보자 색출을 지시하고,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경찰청이 방심위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논란이 격화됐음에도 권익위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서 배정과 업무 분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고, 이달 초에는 ‘검토 결과, 더 진행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종결을 시사했다는 것이 신고자 쪽의 주장이다.

공익신고자 쪽 변호인단은 지난 1일 권익위에 의견서를 보내 “업무 관할을 이유로 이 사건 신고를 종결 처리하는 것은 법치주의 위반이자 직무유기”라고 반발했다. 이러한 사정이 보도되고 얼마 뒤 권익위는 기간을 연장하고 자료 보완을 요청했다. 신고 접수 후 60일이 임박해서 내린 결정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 등에 따라 권익위는 신고 접수 60일 안에 사건을 처리해야 하고 30일 이내로 연장할 수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언론·시민단체가 지난 지난달 3일 서울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해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규정대로라면 권익위는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사건에 대해 신고 접수 90일이 되는 다음 달 21일까지 수사기관 이첩이나 사건 종결 등 결론을 내야 한다. 아울러 지난 2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김유진 방심위원의 해촉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낸 결정문에서 ‘청부 민원’ 의혹의 근거가 구체적이고 문제 제기에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권익위 조사에도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익신고자를 대리하는 박은선 변호사는 “자료 제출 요구는 조사를 개시했다는 것이고, 이제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해야 한다”며 “김유진 위원 해촉처분 집행정지 결정문도 변호인단에서도 검토했고, 권익위 조사에서도 활용할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관련한 한겨레 질의에 “신고 사건의 조사 현황은 알려주지 않는다”며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입장은 없다”고 답변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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