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직접 챙기겠다” 마세라티의 반격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수입차 시장이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곳이 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명차 브랜드로 불리는 마세라티다. 올해로 창립 110주년을 맞는 관록의 역사, 레이싱에서 명성을 날린 고성능과 고급스러운 외관 등으로 국내에서도 수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의 ‘드림카’로 꼽혀온 럭셔리 브랜드다.
마세라티가 오는 7월 한국법인인 ‘마세라티코리아’를 설립, 운영한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29일 “한국에서도 우아함, 럭셔리, 성능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번 사업 전환을 통해 한국의 럭셔리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브랜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라고 밝혔다.
마세라티가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건 국내 시장에 차량을 처음 판매한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그간 마세라티를 공식 수입해온 효성그룹 계열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는 마세라티코리아에 한국 사업 운영권을 넘기고 판매사로 전환한다.
수년간 판매 대수를 꾸준히 늘리며 한국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온 판매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5년 사이 마세라티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2억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에도 2019년까지는 연 1000대 넘게 팔았으나 2020년 932대를 시작으로 2021년 842대, 2022년 554대, 2023년 434대에 이르기까지 줄곧 내림세가 계속됐다.
같은 기간 초고가 경쟁사 차들은 오히려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감소 여파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BMW, 폭스바겐, 아우디, 랜드로버 등 일반 수입차 시장 분위기와도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벤틀리는 810대(전년 대비 4.5% 증가), 람보르기니는 434대(6.9% 증가)를 팔아 나란히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포르쉐도 1만1355대(27% 증가)가 팔리며 최초로 ‘1만대 클럽’에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그간 마세라티의 판매 부진 원인을 마케팅 실패에서 찾는다. 마세라티는 기본 3억~4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저렴해 가격대가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 브랜드 대비 신차 출시가 더딘 데다 경쟁력 있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브랜드 파워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마세라티는 올해 상반기 스포츠 쿠페 그란투리스모의 신형 모델을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강력한 V형 6기통 엔진을 넣은 모델 2종과 순수 전기차 1종 등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권재현 기자 ja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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