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끝났다”…비트코인 훈풍에 다시 예고된 ‘ETF 전쟁’
총선 앞두고 ‘코인족’ 겨냥 가상자산 공약도 물꼬
제동 걸린 국내 현물ETF 중개‧상장에도 ‘청신호’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투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공식 편입된 뒤로, 역사적 고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어서다.
이와 동시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 경쟁에 불이 붙었다. 현재 금융당국의 반대로 국내 거래가 불가능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재평가하라는 게 골자다. 업계에선 현물 ETF 승인 관련 논의에 물꼬가 트이면, 관련 상품 출시 자체는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다시 고개 드는 '코인 붐'…막혔던 韓 현물ETF 시장 열릴까
29일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8600만원을 가리키고 있다. 간밤에는 8900만원 선을 터치했다. 지난 2021년 11월 기록한 8200만원대의 전고점을 2년3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3일 동안에만 25% 올랐고, 1월10일 미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와 비교하면 40% 넘게 올랐다.
비트코인 급등세는 현물 ETF 시장이 이끌고 있다. 전날 하루 동안에만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량은 76억9000만 달러(10조27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비트코인의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오는 4월로 예정돼 있어 희소성이 높아진 상태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다.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의 뒤를 잇는 대형 시장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힐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의 원화 거래량은 전체의 12%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요구가 잇따른다. "시장 흐름에 뒤쳐지면 안 된다"는 취지다.
현재 금융당국은 국내 기업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장하는 일이나, 해외에 상장된 현물 ETF를 국내에서 중개 거래하는 것 모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상 중개가 가능한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당국의 매매 제한 권고 탓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려던 국내 증권사는 관련 작업을 '올 스톱' 시켰다.
"일단 승인만 되면 ETF 출시 전쟁"
그러나 최근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여당은 확정된 게 없다면서도, 관련 논의에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총선 이후 5월에는 미국에서 비트코인의 뒤를 이어 이더리움의 현물 ETF 승인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시기를 고려할 때, 22대 국회가 가상자산 관련 안건을 적극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논의에 물꼬가 트이면, 국내 업계의 현물 ETF 중개 거래나 상장은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상당수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지난 1월 미국 현지 논의에 발맞춰 준비 작업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이미 비트코인 관련 ETF 상장을 준비해 본 국내 운용사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ETF 운용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는 지난해 8월 현지 금융당국을 상대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상품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신청을 철회했는데, 향후 재신청 가능성을 열어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상 국내 거래도 시간문제라는 데 동의한다. 업계 차원에서도 대비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안다"면서 "당국의 허용만 나오면 업계에선 경쟁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단 업계가 먼저 움직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총선 공약이 가상자산 환경에 우호적이라고 해도 아직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엔 변화가 없는 상태라 섣불리 움직일 순 없는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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