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꿔낸 도시가 온다 '어반 AI'

윤도진 2024. 2. 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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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AX 인사이트]
ICT기술 더한 스마트 SOC로 '공공 AX' 구현
도시문제 대응부터 도시계획, 설계까지 활용
도로·건물에 AI 현실화할 건설업계도 '각축전'

도시는 시민에게 생활의 터전이자 생계의 기반이다. 공기나 물과 같은 환경이다. 특정한 누군가의 것이 아닌 공공재다. 반면 개인과 기업이 첨단기술로 중무장하는 머지않은 미래 사회에서 인공지능(AI)은 일부의 전유물이다.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과학기술만의 혁신은 암울한 불평등의 디스토피아로 그려진다.

어반(Urban) AI는 이런 측면에서 더욱 주목받는 분야다. 공공의 공간인 도시에 기술 혁신의 열매를 담아내면 그 효익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서다. 단순히 말하자면 AI를 도시라는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담아내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기술 혁신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어반 AI, 공공의 AX

AI 칩의 절대강자 엔비디아는 이미 2017년 도시의 공공안전과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지능형 동영상 분석 플랫폼 '메트로폴리스'를 내놨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실시간 포착되는 폐쇄회로(CC)TV 등의 영상 데이터와 딥러닝을 결합한 AI 플랫폼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지능형 교통 시스템 △액세스 제어 △대중교통 △스마트 빌딩 등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세계 국가들도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도시 AI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의 '온 디맨드(주문형) 자율주행'과 '소음 모니터링', 로스앤젤레스(LA) '도로 연석 공간계획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캐나다에서는 위니펙의 '물 관리', 토론토 '스마트 도시 개발(Quayside)'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20년 말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플랫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 내 여러 도시 간 협력으로 전 세계 30개 이상 도시와 종합적 도시문제 해결과 서비스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주요 도시들이 교통수단 네트워크를 최적화하고, 소음 등의 새로운 도시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하며, 한정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나아가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어반 AI란? (국토연구원 도시 'AI 구현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 중) 

좁은 의미: 도시에서 AI 기술 도입을 통해 도시문제 해결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시도하는 행위(정책·사업·서비스)
넓은 의미: 도시와 AI 기술의 혼합(Hybridity) 구현을 위한 모든 행위

ICT 기술 혁신의 힘으로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사회기반시설(SOC)은 AI의 효용성을 공공이 누릴 수 있게 한다. 국토연구원은 "한국은 아직 도시 AI 구현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데이터 정책 △AI 인프라 구축 △AI 기반 산업생태계 육성 △AI 거버넌스 마련 등 네 가지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그 첫걸음으로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토지·도로·환경 등 분야별 공공데이터 전략(품질관리 및 표준화)을 통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Machine Readable Data) 생산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꼽고 있다.

'AI 도시계획' 막히는 길도, 줄어드는 인구도 대응

초보 단계지만 국내에서도 도시와 AI를 결합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국토교통부는 국토연구원과 함께 빅데이터 기반 AI 도시계획 연구·개발(R&D) 기술 시범적용을 위한 실증사업 대상 지자체로 부산과 충남 천안시, 전남 담양군을 선정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생활권을 설정하고, 토지이용과 기반시설 수요 예측 등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최적의 도시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15분 도시(부산)', '콤팩트 시티(천안)', '인구감소 대응 강소도시(담양)' 등의 지향을 둔 도시계획 수립에 AI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수도권 한 도시계획 개발 지역/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천안의 경우 올해 초인구 예측과 산업용지 제공 등에서 오차범위가 적지 않았던 기존 도시기본계획수립을 AI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2040년 천안 도시기본계획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도시계획을 위해 AI로 분석하는 데이터 가운데는 △이동통신 △신용카드 매출액 △교통량 △유동 인구 △위성영상 등이 더욱 세밀하게 활용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스마트건설처'를 새로 만들었다. 공간 설계와 시공에 필요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건축정보모델(BIM) 기반 통합 플랫폼을 오는 2025년까지 구축한다는 게 목표다. 수기로 기록 관리하던 시공 과정을 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전국 건설 현장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도 운영할 방침이다.

'건설기술 AX' 어반 AI 앞당긴다

어반 AI는 첨단 ICT 기술의 확보가 필수적인 동시에, 이를 도시에 입히는 현실화 과제의 상당부분이 건설산업의 손을 거쳐야 한다. 건설업계도 AI가 주는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AX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건설산업 내에서도 시작된 셈이다.

롯데건설은 올해 들어 R&D조직과 사업본부 인력을 합쳐 AI 전담조직 'AGI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었다. AGI(범용인공지능)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넓게 적용할 수 있는 발전된 AI를 말한다.

여기에는 롯데정보통신과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도 참여한다. 롯데건설 AGI TFT는 △AI업무 자동화 △스마트 AI기술 확보 △신사업 AI서비스 확대 활동을 추진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드론을 활용한 AI 균열관리 솔루션 '포스-비전(POS-VISION)'을 공개했다. 고화질의 영상장비를 장착한 드론으로 아파트 외벽을 촬영해 균열을 인식할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저화질 이미지를 고화질로 변화, 오탐지 요소 제거 등으로 균열 폭, 길이, 위치를 더욱 상세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는 AI 기술 활용 플랫폼이란 소개다.

이 플랫폼은 공동주택 하자판정 기준인 폭 0.3mm의 작은 균열도 탐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또 AI기반 '철근소요량 예측모델'을 개발해 건설현장에서 소요되는 철근량을 산출, 조달효율을 높이고 있다.

고화질 영상장비를 장착한 POS-VISION의 개념도/자료=포스코이앤씨 제공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2022년부터 AI 카메라와 타워크레인 과부하방지 모니터링 장치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이동식 장비에 AI 카메라를 달아 작업자와 가까워질 경우 알람을 울려 '협착' 같은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머신러닝에 실제 현장 데이터를 활용해 AI 카메라가 근로자를 잘못 인식하는 빈도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DL이앤씨는 작년 5월 AI 기반 설계방식으로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30분 만에 약 1000건의 설계안을 만들어 비교하는 AI기반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을 활용해 해저 지반 조건을 정밀 분석한 뒤 최적의 선형을 탐색해낸 것이다.

컨설팅사 매킨지는 "최근 10년간 기술 혁신으로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건설 EPC(설계·조달·시공) 분야는 연평균 1% 정도밖에 생산성 향상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혁신과 AI 도입으로 EPC 분야에서도 약 14~15%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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